▲2004년 8월, 미결수 7백여명을 포함해 총 2천5백여명이 수감된 한 교도소.교정직원들의 옷을 만들고 있는 옷 공장에서는 99명의 '출역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권우성
선풍기조차 중앙통제.. 수감자에겐 '그림의 떡'
재소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00년 이후 주요 환경개선사업이 실시됐고, 이에 따른 예산집행도 이뤄졌다. 교도소 냉방시설에도 변화가 왔다. 이전에는 외부에서 기증한 선풍기를 사용했을 뿐, 별도의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지만 지난 한해 1억1400여만원이 책정되어 올해 전국 모든 교도소에 선풍기 설치가 완료된 것.
그렇다고 선풍기를 재소자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도소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실내 온도가 일정한 수치를 넘겨야 전원을 켤 수 있는데 26∼27도가 넘지 않으면 가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좁은 방에 10명 이상의 재소자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온도계가 가리키는 수치와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재소자들에게 선풍기는 결국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의 한 관계자는 "밖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은 날에도 재소자들이 더위 때문에 숨막혀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교도소의 더위나 추위는 재소자들의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양교도소의 경우 1시간마다 10분 정도는 선풍기가 반드시 꺼진다. 위찬복 용도과장은 "지속적으로 선풍기를 돌리면 과열의 위험이 있고, 또 국가 예산을 절약한다는 차원에서 각 방의 선풍기를 중앙시스템에 의해 통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양교도소 내 온도 측정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건물이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탓에 오히려 바깥보다 기온이 치솟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10명이 넘게 수감된 방에 할당된 선풍기는 대개 2대.
결국 이같은 환경은 옆 사람을 '열 덩어리'가 아닌 '인간'으로 느끼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영복 교수가 말한 '여름형벌'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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