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집 나갔다구요? 전어를 구우세요

[탐방] 지금 서천에 가면 '월매나 맛있는' 것들이 있다

등록 2005.08.23 15:06수정 2005.08.24 11:35
0
원고료로 응원
a 펄펄 뛰는 전어. 지금 서천엔 전어가 한창이다.

펄펄 뛰는 전어. 지금 서천엔 전어가 한창이다. ⓒ 윤형권

"가을 전어구이는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고 하드만유."
"이거 '박대'라고 박대하지 마유. 이게 월매나 맛있는지 알기나 해유?"

지금 충남 서천에 있는 수산물특화시장에 가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억양이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 펄떡 펄떡거리는 싱싱한 생선만큼이나 활기가 넘친다. 전어의 철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전어 뿐만 아니라 박대, 죽합(맛과 비슷하나 좀 큰 것), 소라, 돌게 등 가을철 미각을 돋우는 싱싱한 해산물이 푸짐하다.


a 모양이 '맛'과 비슷하지만 '맛'보다 큰 '죽합'.

모양이 '맛'과 비슷하지만 '맛'보다 큰 '죽합'. ⓒ 윤형권

a 게장을 담기에 좋은 돌게.

게장을 담기에 좋은 돌게. ⓒ 윤형권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 가게를 하는 한 아주머니는 "전어구이 냄새가 하도 좋아서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설과 전어가 남성 정력과 여성 피부에는 그만이라서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설이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전어는 청어과에 속하며 길이는 15~30㎝ 내외다. 등은 진한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으로 수심 30m 이내에서 서식한다. 남쪽에서 월동을 하고 4~6월경에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데, 3~8월경 산란을 한다. 먹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이다. 우리 나라의 남해와 서해에서 잡히며 동중국해와 일본 남부이남에서 잡힌다.

a 먹음직스런 전어회.

먹음직스런 전어회. ⓒ 윤형권

a 전어무침.

전어무침. ⓒ 윤형권

a 전어구이는 대가리부터 먹어야 제맛을 안다고 한다.

전어구이는 대가리부터 먹어야 제맛을 안다고 한다. ⓒ 윤형권

우리 나라 문헌 중 전어에 대한 기록으로는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고 했으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가을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전어구이를 먹을 때는 젓가락으로 살을 훑어 내고 대가리부터 먹어야 맛있다"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2층의 '엄지네' 주인 아주머니가 전어구이 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전어 요리는 주로 회, 무침, 구이로 먹는데 나름대로 제 맛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전어를 대가리부터 먹는 맛이 전어 요리의 백미가 아닐까 한다. 여기에다 쌀로 빚은 한산소곡주를 한 잔 걸치면 금상첨화. 세상이 다 내 것이다.


전어는 지금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다. 요즘 서천수산물특화시장에서는 펄펄 뛰는 전어 1㎏에 만오천 원 정도다. 9월 중순부터는 성어기인데 이때가 되면 수요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비싸다고 한다.

a 꼬들꼬들한 박대.

꼬들꼬들한 박대. ⓒ 윤형권

a 박대는 눈이 붙어 있는 쪽이 흑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박대는 눈이 붙어 있는 쪽이 흑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 윤형권

서천의 또 다른 가을철 명물은 '박대'. 박대는 널리 알려진 생선은 아니지만 꼬들꼬들하게 말려서 구워 먹기도 하고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는데, 담백한 맛이 제주옥돔 못지않다. 20~30㎝ 박대 10마리에 만원 정도 한다.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박대는 가자미목 참서대과에 속하며 길이는 20~50㎝ 정도다. 몸은 긴 타원형이고 머리가 아주 작다. 눈은 몸의 왼쪽에 있는데 눈이 있는 쪽이 흑갈색이고 눈이 없는 쪽은 흰색이다. 가까운 바다의 진흙바닥에서 살며 무척추동물 등을 잡아먹고 산다. 우리 나라의 서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서식한다.

입추가 지나자 좀처럼 물러설 것 같지 않던 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 쏙 들어갔다. 이맘때면 지난 여름 동안 쇠약해진 몸과 맘을 추스르게 해 주는 보양음식이 절로 생각난다. 이런 인간의 욕구에 자연은 한없는 은혜로 베풀어 주니 그게 바로 제철에 맞는 먹을거리들이다. 올가을 서천에 들러 전어구이와 박대 요리로 입맛을 도로 찾는 것도 인생의 낙일 것이다.

관련
기사
- 어머니의 전어회, 입에서 살살 녹아요

덧붙이는 글 | 서천전어축제가 9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천군 일대에서 열립니다. 
문의: www.seocheon.go.kr(전화 041-950-4021 문화관광과)

덧붙이는 글 서천전어축제가 9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서천군 일대에서 열립니다. 
문의: www.seocheon.go.kr(전화 041-950-4021 문화관광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무를 깎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듬는 것"이라는 화두에 천칙하여 새로운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2. 2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3. 3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전세 대출 원금, 집주인이 갚게 하자"
  4. 4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5. 5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