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미국, 북의 평화적 핵이용 결국 허용할 것

등록 2005.08.24 01:00수정 2005.08.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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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재개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따라 북의 평화적 핵이용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측의 핵심 주장은 과거 북한이 실험용 원자로를 2개월도 걸리지 않고 무기용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으며 북에게는 어떤 평화적인 원자력 기술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핵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네오콘들과 어용 언론들은 6자회담에 북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더는 견디지 못해서 나왔다고 분석하면서 결국 미국의 요구를 북이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핵의 평화적 이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

이런 미국의 주장은 6자회담 참가국과 북한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는 점에서 결국 미국이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질 상 북한은 절대로 이런 굴욕적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는 지금 에너지와의 전쟁에 빠져들고 있다. 새로 발굴되지 않는다면 화석연료가 향후 100년도 채 되지 않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북은 핵무기는 완전히 폐기할 수 있고 국제기구의 사찰도 받을 수 있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극동전권대사 풀리코프스키가 북을 방문하였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점을 정동영 장관과의 면담에 이어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혔다.

북한에서 열린 광복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귀국한 풀리코프스키 극동전권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은 미국이 위협하지 않는다면 어떤 핵탄두나 폭탄 또는 미사일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17일 연합뉴스)

미국이 북의 핵폐기 의사가 진심인지 자꾸 모르겠다고 하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핵폐기 의사와 함께 미사일도 개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물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행동의 전제조건도 분명히 밝혔다. 풀리코프스키 전권대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적대적인 대북 적대시 태도만이 북한으로 하여금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미국만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북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적대시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계관 부상은 4차 6자 회담 휴회에 들어가면서 행한 기자회견에서 아직 미국이 북에 대해 보여준 태도는 핵을 폐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의 말은 다시 한 번 미국에게 전향적인 대북관계개선에 나와야 한다는 의지를 환기시킨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북한이 원자력 에너지를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6자 협상과정의 모든 참가국들이 "장애물을" 만들지 말 것을 촉구했다고 풀리코프스키는 전했다.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평화적 핵이용 권리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북의 자주권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힌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장애물’이란 말은 심각한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이 이를 계속 고집한다면 회담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북은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북에 대한 적대시정책 변화 여부의 한 기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평화적 핵이용권과 관련된 6자회담 참가국 반응

본질이 이렇다 보니 주변국들도 대부분 북의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다.

일단 러시아가 가장 직접적으로 북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6자회담 당시에도 러시아측 수석대표가 일관되게 밝힌 입장이어서 익히 알려진 터라 간단히 언급하겠다.

최근에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글레브 알렉산드르비치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 대사는 19일 CBS와의 대담에서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과 관련, "러시아는 (남북한 모두) 평화적 이용을 금하고 있지 않은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에 가까운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낙후된 경제발전을 꾀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지역을 에너지 기지로 건설하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과 에너지 교류를 하고 싶어하고 북의 원자력 발전에 참여하고 싶어하고 있다. 따라서 북의 평화적 원자력 이용은 대의명분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러시아는 북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최근 북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적 관계가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카스피해 유전지대를 잠식해 들어오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심각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진행 중인 러·중 공동 군사훈련도 실질적으로는 미국을 의식한 것이다. 따라서 북의 평화적 핵이용권과 관련된 미국의 부당한 패권적 요구에 러시아가 손을 들어줄리 만무하다.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의 모 일간지가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앞으로 서신을 보내 전면적인 핵폐기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보도를 했는데 일본의 북 핵 관련 보도는 거의 진실을 이야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반대로 해석해야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미국에 대항하여 대대적인 군사훈련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이 무엇 때문에 미국의 패권적인 주장에 손을 들어줄 것인가.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만과의 통일을 백방으로 훼방을 놓고 있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학자들은 동북아에서 북이 미국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미국에 반대를 무릅쓰고 북한에 경제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이 정의의 편에서 멀어졌다고 해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중국의 안보와 경제안정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부당한 미국의 압력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이 파탄 나고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면 그렇지 않아도 낙후되어 있는 동북3성의 발전은 더욱 더디어질 것이며 전쟁위기로 치달아가기라도 한다면 한반도 근처에 집중되어 있는 상하이, 청도 등의 해안 경제특구들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6자회담의 파탄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한 ‘북의 평화적 핵이용권 포기’ 요구에 중국은 동조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6자회담의 주재국으로서 중립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북한 핵무기 완전히 폐기할 때 평화적 핵이용권 보장해야

반기문 장관이 미국 CNN과의 대담에서 밝힌 주장도 본질을 파고 들어가면 결국은 북의 평화적 핵 이용권은 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했을 때라는 전제를 달았을 뿐이다.

문제는 북은 미국이 관계개선만 해주면 완전히 NPT에도 가입하고 핵무기 전량 폐기하겠다고 두 번 세 번 확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기문 장관의 전제조건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 하도 북을 못 믿겠다고 하니, 믿음이 생길 때까지만 평화적 핵이용을 제한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반기문 장관의 이 말을 미국의 결정적인 약점을 파고드는 노림수로도 읽을 수 있다. 결론은 평화적 이용은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의 입장에서는 반기문 장관의 주장조차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미국이 아직도 북을 믿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은 아직도 미국이 북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거둘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차장은 오늘(24일) 러시아를 방문하여 "북한은 기존 핵시설을 포함해 (향후) 농축 및 재처리 시설 등을 전부 포기하는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농축 및 재처리 시설이 없으면 핵무기 개발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좀 더 구체적인 북핵폐기 기준과 믿음을 제시하여 북한의 평화적인 핵 이용권 보장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느낌의 발언을 하였다.

이 차장은 이와 관련, 미국 측의 일방적인 북핵 포기 요구를 비판하고 북한의 평화적인 핵 이용 권리를 주장해온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50여개가 넘는 원자력 발전을 하고 있는 일본도 6자회담 의제로 올라올 수 없는 유치한 납치문제와 북의 인권문제는 거론할 수 있겠지만 북의 평화적 핵이용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미국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현 상황에서는 ‘북의 평화적 핵이용’에 대한 문제가 미국이 북을 어떤 태도로 보느냐의 한 기준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정말 북과 관계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북을 믿을 수 없어 평화적 이용도 인정할 수 없다"

힐 차관보도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2달만에 실험용 원자로를 무기용으로 전환시킨 북을 믿을 수 없어서 핵의 평화적 이용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이 문제의 본질을 ‘믿음’의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북을 믿지 못한다면 결국 적대시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4차 6자회담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으로 된다.

북은 4차 6자회담에 나갈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였고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이 이를 확인해 주었으며 힐 차관보가 김계관 부상을 베이징에서 직접 만나 확약해 줌으로써 전격적으로 4차 6자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따라서 북은 회담 중에 북을 못 믿겠다는 힐의 주장이 변화가능성이 없는 확고한 대북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을 느낀다면 4차 6자회담은 결국 중지되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공표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사실 이 급박한 상황을 막을 별다른 방법이 없어서 북의 요구를 수용하고 6자회담에 나온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계속적으로 북의 평화적 핵이용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축이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미국이 미래 경제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북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미국은 북과의 관계개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경제적으로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거품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대중 무역적자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인 저력을 가지고 있는 남한도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취하며 급부상하고 있는데 유독 일본과 미국만 중국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지금 미국의 경제적 지위를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5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당당하게 미국에 석유수출을 금지해버리고 여차 하면 중국으로 다 팔아버리겠다고 오히려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남한 정권이 과거와 달리 미국에게 당당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이유도 굳이 미국 시장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정치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다급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양을 방문하여 최근 북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부상을 만나 진지한 의견을 교환하고 온 테드 터너(본명 로버트 에드워드 터너 3세) 전 CNN 회장은 방북 후 남한에 와서 "북한이 국제사찰을 받아들인다면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는 상당히 합리적인 것"이라며 "북한의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서는 평화적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해 북한 편을 들어줬다.

북의 평화적 핵이용의 본질은 미국의 보수 인사 테드 터너마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너무나 당연하고 명백한 자주권인 셈이다. 그만큼 힐의 주장이 어거지라는 것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북의 평화적 핵이용권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재개되는 4차 6자회담에서 결국 미국은 ‘북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한가닥의 우려

문제는 이렇게 누구나가 인정하고 있는 북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미국이 굳이 강경하게 거부하고 나선 저의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4차 6자회담을 북과 대화를 할 만큼 했다는 명분 쌓기용으로 삼아 유엔안보리에 북핵을 상정하고 전쟁으로 가는 수순을 밟기 위해 개최한 것은 아닌가라는 일말의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화적 핵이용권 거부’라는 미국의 요구를 단호하게 ‘장애물’이라고 표현한 것만 보아도 이런 미국의 요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자명해 보인다.

그저 일사천리로 미국이 북과의 관계 개선을 하게 되면 미국이 그동안 고집을 피웠다는 것이 드러날까봐,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했으며 대국다운 양보도 많이 했다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를 들고 나왔기를 바랄 뿐이다.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미국에게도 너무나 참혹한 결과만을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자주민보와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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