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트렌드 헌터 박은영, 강정은, 이승현씨(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들은 한 달에 한번씩 모여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기업에 가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오마이뉴스 박수원
문화는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은 그 문화를 읽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트렌드 헌터(Trend Hunter)'
지난 8월 23일 오후, 최근 젊은 여성들이 자주 찾는다는 서울 명동의 한 카페. 20대 초반의 여대생 3명과 기업의 광고마케팅 담당자가 마주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포인트로 빵과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데만 이용하는 것은 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적립된 포인트로 영화를 본 다든가, 열쇠고리를 살 수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어느 기업 적립포인트처럼 적립금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몰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요?"
포인트 카드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는 여대생 3명은 바로 (주)파리크라상의 대학생 트렌드 헌터들. 이날의 주제는 바로 '포인트 카드 활용 방안'.
여대생 트렌드 헌터들은 한 달에 한 차례씩 모여 소비자들의 취향과 이벤트 기획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업에 전달한다. 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미리 주제를 주고 '보고서'와 함께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제공받는다. 트렌드 헌터들은 모임에 앞서 인터넷을 통해 국내 자료는 물론 해외 사례를 취합하고, 주변에서 의견을 청취하기도 한다.
문화를 읽는다
30:1의 경쟁률을 뚫고 트렌드 헌터로 활동하고 있는 박은영(23·중문·경영4), 강정은(23·국문·신방4), 이승현(22·유아교육·심리 휴학)씨는 이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선 재미있어요. 학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는데, 식음료 회사 쪽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관련 분야라 더 열심히 자료를 찾아보게 되요." (박은영)
"기업에서 소비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그 내용이 반영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 홍보 쪽에서 일해보고 싶은데 도움도 많은 되는 것 같구요. " (강정은)
"휴학을 하면서 외국인 회사 홍보팀에서 일하는데,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기업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체화 시키는 작업이 상당히 흥미로와요."(이승현)
트렌드 헌터의 활동이 기업의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파리크라상은 트렌드 헌터들의 아이디어로 2004년 크리스마스에 '천사 날개' 이벤트를 진행해 매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오는 10월 이 회사 창립 19주년 행사 이벤트도 트렌드 헌터들이 낸 의견에서 힌트를 얻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트렌드 헌터는 단순 상품 모니터와는 차이가 있다. 이 회사 역시 제품을 미리 시식하고 평가하는 모니터가 있지만, 트렌드 헌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주)파리크라상 광고프로모션팀 박지혜씨는 "트렌드 헌터들과 만나면 회사에서 회의할 때와는 다르게 시야가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면서, "소비자 밀착형 기업들의 경우 이제는 제품이 아니라 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게 때문에 이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렌드 헌터들이 한 달에 한번씩 제출하는 보고서를 대표이사가 직접 챙긴다. 그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다.
단순 모니터와는 다른 '트렌드 헌터'
트렌드 헌터는 소비자 밀착형 기업인 식음료나 화장품, 통신 회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높이는 이점이 있다. (주)파리크라상은 여대생과 주부 트렌드 헌터들에게 월 2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트렌드를 읽는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 화장품 회사는 '세계 원정대'를 미국, 인도, 프랑스 등 총 6개국에 보내 ▲현지 진출 전략▲뷰티산업 시장 조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항공료, 숙박료 및 소정의 원정 활동비를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태평양도 라네즈 'EO클럽' 홈페이지를 통해 생생 트렌드 리포터를 선보이고 있다. 전문 직업 여성들인 20여명의 트렌드 헌터들은 라이프 스타일, 패션, 음식, 여행 등에 대한 트렌드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이 내용은 회사 이미지 제고와 함께 제품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최순화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대중들의 패턴이 다양화 되면서 정량적인 조사로는 타깃 고객층을 집중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트렌드 헌터들의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기업들이 사후 모니터를 활용하던 수준을 넘어 최근에는 사전 상품 기획에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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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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