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영이, 아니 선화공주다"

충남 부여군 충화면 드라마 <서동요> 제작 발표회 참가기

등록 2005.08.30 13:08수정 2005.08.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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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 전, 백제시대에서 막 걸어 나온 것 같은 사람들 한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치마 위로 길게 내려오는 저고리를 입은 여자들과 상투 대신 자연스런 긴 머리의 남자들, 갑옷을 입은 무사들까지 백제인들이 그대로 살아온 것 같았다.

보조 출연진들의 분장과 의상을 입느라 분주하다
보조 출연진들의 분장과 의상을 입느라 분주하다오창경
실제로 보면 스크린에서 보는 것보다 배우들의 진한 분장과 어색할 정도로 화려한 의상이 눈길을 부담스럽게 할 줄 알았는데 막상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정말로 백제 사람들이 부활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장을 하고 역할에 맞는 의상으로 갈아입은 보조 출연자들을 촬영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정말로 백제 시대 한가운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분위기였다.


두어 달 간의 드라마 <서동요> 촬영장 공사가 마무리 되는 가운데 드디어 29일 2시 제작 발표회가 열리는 동시에 촬영이 시작되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 마을에 TV에서 볼 수 있던 배우들이 온다는 소식에 고추를 따던 바쁜 손길들도 잠시 접고 삼삼오오 기자회견장으로 몰려들었다. 부여군 충화면 가화리 드라마 <서동요> 촬영장 일대가 교통정체를 빚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 <서동요>의 서막이 올랐다
드라마 <서동요>의 서막이 올랐다오창경
내가 사는 동네에 드라마 촬영장이 들어 선 덕에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 참여하고 유명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을 직접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거기에 드라마 작가를 꿈꾸었던 과거 한 시절이 있었던 나한테는 드라마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일 자체가 남모르는 감회에 젖게 하는 일이었다.

촬영장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다보니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드라마 <서동요>의 작가인 김영현 작가가 제작 발표회장 한 쪽에 조용히 도착해 있었고 이병훈 감독 역시 벌써 촬영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이것저것 챙기는 것이, 프로다운 모습이 보였다.

거기에 드라마 <모래시계> 성공의 주역인 김종학 감독의 다부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그렇게 다녔더라면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벌써 둘러싸였겠지만 정작 드라마를 보이지 않게 이끌어가는 감독과 작가를 알아보는 군중은 한때 그 세계를 동경했던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병훈 감독이 직접 주연 배우들을 소개하면 <서동요>의 스토리 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이병훈 감독이 직접 주연 배우들을 소개하면 <서동요>의 스토리 라인을 설명하고 있다.오창경
우리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우상인 일일 드라마 <어여쁜 당신>의 주인공 ‘인영이’(이보영)가 선화 공주 의상을 입고 나타나자 사람들 속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역시 충청도 양반들이 많이 모인 자리라 그 표현의 강도가 세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직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훔쳐보며 TV 속의 모습과 실제의 모습을 비교하느라 여념이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이병훈 감독으로부터 직접 듣는 드라마 <서동요>의 스토리 전개 방향이야말로 압권이었다.


이병훈 감독의 설명에 의하면 드라마 <서동요>는 "‘박사’ 제도를 중심으로 한 백제의 뛰어난 과학 기술을 소재로 파란만장한 무왕의 일대기와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한다. 서동이 백제의 왕손임을 모른 채 백제의 최고 야금 기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 전설적인 신검인 칠지도(七支刀)와 금동대향로 등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도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백제의 기술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하늘채 마을'의 사실적인 풍경
백제의 기술자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하늘채 마을'의 사실적인 풍경오창경
백제의 4줄짜리 유행가와 거기에 얽힌 러브 스토리만 가지고 50부작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는 없기에 6개월 동안 작가와 감독이 온갖 문헌을 뒤지고 머리를 짜내 백제의 뛰어난 과학 기술을 접목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드라마 <대장금>의 명성을 이어갈 <서동요>라고 한다.


부여군 충화면 가화 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백제 역사의 가장 찬란했던 한 시대가 드라마를 통해 유려한 부활의 서막을 열었다. 패망의 한으로 얼룩진 백제국의 서러움만 강조했던 지난 역사의 오류를 이 드라마가 바로잡아서 백제인들의 과학 기술에 대한 뛰어난 업적이 21세기에 배아 줄기 세포 연구의 권위자까지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음을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서 백제에 대한 역사 인식이 새롭게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 전경
드라마 <서동요> 세트장 전경오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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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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