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서는 국산 삼겹살만 쓴다.이종찬
서울 중구 광희동(을지로6가 국립의료원 맞은편 러시아 골목)에 가면 마흔 잔치를 마악 끝낸 시인이 운영하는 독특한 맛의 김치삼겹살집이 있다. 그 집에 가면 돌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는 삼겹살에 묵은 김치를 올려 상추에 쌈을 싸서 맛갈스럽게 입에 넣는 외국인들이 득실댄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몽골 이주 노동자에서부터 우리 민족의 피가 흐르는 사할린 동포까지.
'고향집 선지해장국 2500원'이란 간판이 붙은 그 집에 가면 마흔 잔치를 마악 끝낼 무렵 늦깍이로 문단에 얼굴을 들이민 시인이 있다. 신경림, 정희성, 이재무, 오봉옥 시인, 구중서 문학평론가, 안종관 희곡 작가 등이 종종 다녀간다는 그 집에 가면 간판 한 귀퉁이에 서자처럼 김치삼겹살이란 글씨가 조그마하게 붙어 있다.
그 집에 가서 김치삼겹살을 노릇노릇 구워 소주 한 잔 먹고 있으면 시인이 육성으로 또박또박 읽어내리는 자작시를 들을 수가 있다. 마악 오십 나이에 접어든, 그 집 주인이자 종업원인 시인이 읽어 주는 시를 들으며 쫄깃한 삼겹살에 묵은 김치를 올려 구워 먹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진다. 김치삼겹살과 시 속에 사람 사는 내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