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용
숲으로 들어서니 겨울비에 휩쓸려 나간 트랙이 한두 군데 보이긴 해도 내딛는 우리의 발자국을 여전히 정답게 맞아준다. 으슥한 그늘 아래에는 고사리나무(fern tree)가 봄기운을 받아 둥글게 감아쥐고 있던 새순을 막 펼치고 있다.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터진 틈으로 햇빛이 눈부시게 비추는 숲의 우듬지 부근에서는 우리의 앞길을 먼저 날아가며 지저귀는 새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들이 새된 목소리로 서로 긴급하게 주고받는 소리들은 분명 경보음일 테지만 우리에게는 그게 모두 노래 소리로 들린다.
마침내 새 한 마리가 아내의 눈길에 들킨다. 커다란 나무 밑에서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올려다보니 과연 새 한 마리가 잎새 무성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뭐라고 한참 지껄이고 있다. 부리 아래쪽 목 부근에 하얀 솜방울이 달려 있다.
아, 투이(tui)다. 뉴질랜드 토종 텃새의 하나인 투이는 각각 뚜렷이 구별되는 다채로운 노래 소리로 유명하다. 그 소리 중에는 은방울이 굴러가는 듯 맑게 울리는 소리도 있다. 가만히 올려다보니, 그 맑은 소리를 낼 때마다 목 아래쪽에 매달린 하얀 솜방울이 흔들리는 듯하다. 그럼 저 흰 방울에서 나오는 소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