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춘천 의암호의 푸른 밤

등록 2005.09.01 11:42수정 2005.09.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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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면 나는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된다. 어제 춘천에 내려갔다가 소양댐에서 6시 30분에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 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버스가 소양2교를 건널 때 나는 강의 아래쪽으로 펼쳐진 풍경에 끌려 그 다음 정류장에서 곧바로 내리고 말았다.


저녁 어둠과 안개, 밤, 그리고 여기에 도시의 불빛이 가세하여 그 채색을 달리하면 그때부터 풍경은 햇볕에 숨길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야 하는 한낮과 달리 그림이 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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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섬의 이름은 상중도. 이 섬의 아래쪽으로 하중도가 있고 그곳에 중도유원지가 있다. 소양강과 모진강이 이곳에서 합쳐지며 모진강의 방향으로 물길을 거슬러 오르면 고구마섬과 고슴도치섬이 있다. 의암호의 섬들에 오늘 안개와 저녁이 함께 밀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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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다리는 어디로 가고 다리의 다리만 남았다. 다행히 두 다리가 남아 외롭지 않다. 다리는 왼쪽으로는 섬을 두고, 오른쪽으로는 뭍을 두었다. 그러나 저녁이 밀려들면 섬과 뭍은 모두 한배의 자식임을 확인이라도 하는 양 모두 물에 뜬 섬의 형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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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다리 왼쪽의 섬엔 시간이 흐르면서 저녁의 어둠이 점점 짙어진다. 섬의 어둠은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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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다리 오른쪽의 뭍은 시간이 흐르면서 빛을 밝힌다. 빛은 여름이면 밤새도록 강으로 발을 뻗고 한낮의 더위를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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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한 섬과 뭍처럼 다리도 물결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한 채 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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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두 다리의 소원함이 안쓰럽다면 밤엔 그 둘을 얼마든지 하나로 묶어줄 수 있다. 약간 상류쪽으로 다리품을 팔아 자리를 옮기면 당신은 다리의 하나된 밤을 주선한 사랑의 메신저가 된다. 그 사랑의 품에서 잠시 다리를 쉬고 있는 새 한 마리의 휴식이 따뜻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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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강은 밤이 되면 어둠의 깊이를 더하여 더욱 깊어진다. 깊은 강은 더욱 조용하다. 물풀들이 그 깊은 고요 위에서 오늘의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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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물빛을 제대로 보려면 밤이 조금 깊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면 잠깐 강이 제 속의 빛깔을 보여준다. 그 빛은 온통 푸른빛이다. 그러면 섬도 강의 빛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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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혹 뭍이 밤마다 불을 켜드는 것은 사실은 강의 그 푸르고 시린 빛을 밝히려 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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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의암호의 밤이 깊어가면서 강의 푸른빛도 함께 짙어진다. 보트의 형상을 빌린 백조를 타고 사랑을 속삭였을 한낮의 연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이 묻혀간 한낮의 투명한 물빛이 지금쯤 푸르게 일렁이고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 그들의 사랑 또한 푸르게 일렁이고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 김동원의 글터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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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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