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불멸의 이순신>장옥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분명히 끝났는데도 '이순신 신드롬'은 여전하다. 드라마 종영을 보며 앞다투어 생겨난 이순신 장군 팬 카페를 보면 그에게 매료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서운함을 버리지 못한 중년의 아줌마인 나도 카페 회원이 되었는데 가입 회원들을 보면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매우 다양하다.
알려지지 않은 기록들을 찾아내 보여주기도 하고 방송에서 지나친 명장면 명대사만을 편집해서 올려놓은 그 열정에 감동하게 된다. 왜 이렇게 열광하는가?
나는 이순신 장군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생각한다.
첫째, 전쟁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어려서부터 총싸움, 칼싸움을 하며 자란다. 지금은 컴퓨터 때문에 아이들이 덜 어울려 놀지 모르지만 남자들의 전쟁놀이는 좋아하는 장난감에서부터 여자 아이들과 판이하다. 컴퓨터게임도 거의 싸움에 관한 것 아닌가?
그런데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하게 되었으니 잠재의식을 깨웠다고나 할까? 그것도 가장 배척하는 나라를 상대로 한 완승을 다룬 것이니 그 통쾌함을 무엇에 비길까?
둘째는 장군의 감성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감성'은 21세기 성공 철학의 화두다. 솔선수범으로, 인간적인 면모로, 함께 눈물짓는 따스함으로 어버이처럼 백성을 사랑한 면모를 지녔기 때문이다.
셋째, 불굴의 의지를 지닌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그 분은 회생하기 어려운 가족사를 가진 불행한 어린 시절을 안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과 좌절의 시간을 끝까지 승화시키며 인간 승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넷째,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겸손하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진실의 힘을 믿었으며 하늘을 감동시키는 진정성을 지녔다는 점이다. 끝없이 참아내며 주군을 향한, 백성을 향한 일편단심을 버리지 않았으니 만고의 충신이란 점이다.
다섯째, 물러설 자리를 선택하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점이다. 임금의 지극한 사랑조차 받아보지 못한 아쉬움도 서러운데 23전 23승의 완승을 거두고도 정작 그 자신은 그 열매의 단맛을 보는 최상의 보람과 자아성취마저도 역사에 돌렸다.
크게 버림으로써 다 얻을 수 있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그 분의 행보는 이 시대가 갈망하는 지도자의 모습이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하여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으리라.
작은 성취도 알아주기를 바라는 세태, 가진 것으로 만족하지 못해서 남의 손에 있는 것이라도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는 물질 숭배,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에게 고생을 떠넘기는 이기적인 모습들.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책임지는 목소리보다 탓하고 삿대질하는 손짓이 더 커 보여서 말없이, 진실의 힘을 믿고 조용히 사는 사람이 주눅들어가는 우리 사회의 병든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본받고 따르고 싶은, 우러러 보고 싶은, 자랑스럽고 존경하는 민족의 영웅을 통해, 나도 한가지 쯤 그 분의 모습을 닮고 싶었던 것이리라.
나는 이 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정한 '스타'와 '짱'의 모습을 발견했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장군의 모습을 줄기차게 가르쳐 그들이 장군을 닮아가기를 바란다.
피상적으로만 알려진 장군의 단면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조명하여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불멸의 이순신>의 명장면과 명대사를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한다 하니 참 반가운 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문학과 교육 측면에서도 더 좋은 방법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 <난중일기>를 쉽게 풀어서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 형태로 꾸민다거나 컴퓨터 게임 캐릭터로 개발해서 일찍부터 아이들 속에 내면화시키는 방법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수한 두뇌와 끈기가 장점인 우리 민족에게 부족한 점이 칭찬에 인색한 것이라고 한다. 깎아내리기 좋아하여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태어나면서부터 불완전한 존재다. 다른 동물에 비해 홀로서기가 가장 느린 존재다.
유아교육의 시작이 칭찬이라고 한다. 칭찬의 기억이 없는 아이는 성공 경험이 없어 자신감을 키우지 못해 발전이 더디다고 한다. 그렇다고 기본 태도도 고치지 않고 무조건 칭찬으로 키우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는 일이니 조심할 일이다.
나라의 인물을 키우는 것도, 자존감을 살려주는 일의 시작도 결국은 칭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고무시켜서 열정적인 자존감을 갖게 함으로써 폭발적인 힘을 발산하게 하였다. 그러면서도 잘못 앞에서는 추상같은 질책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버이 모습을 갖추었으니 교사인 내가 꼭 닮고 싶은 점이다.
민족의 영웅을 일상의 삶 속에서 만나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사회에서, 직장에서, 정치가의 모습에서 볼 수 있길 바라며 교실에서부터 날마다 '꼬마 이순신'을 기르고 싶다.
여름 방학 숙제로 사흘에 한 번 쓰기로 한 일기를 덜 써온 우리 반 아이에게 말해 줘야겠다. 이순신 장군은 총탄이 날아오는 전쟁터에서도 7년 동안이나 '난중일기'를 쓰셨다고. 다시는 그 같은 전쟁일기를 쓰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셨다고.
덧붙이는 글 | '이순신 정신'을 본받고 싶은 마음을 가꾸기 위해 카페에 가입하고 이 글을 씁니다. 자랑스러운 그 분을 멀리 두고 올려다 볼 것만 아니라 그 분의 장점을 한 가지라도 닮아보고 싶습니다. <한국교육신문>과 <웹진에세이>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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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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