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손내밈'을 받아줄래요?

[서평]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등록 2005.09.02 11:34수정 2005.09.0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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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겉표지.
<문학의 숲을 거닐다> 겉표지.샘터사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저자 장영희가 2001년 8월부터 3년 간 조선일보에 쓴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칼럼을 모아 내놓은 책이다. 이전 책 <내 생애 단 한번>으로 2000년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한 저자답게 <문학의 숲을 거닐다>역시 읽기 쉽고 보기 좋게 써져있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등 명작과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에밀리 디킨슨 등 문학가에 관한 내용을 자신의 일화와 연관지어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문학평론도 그렇다고 수필도 아닌 그 중간의, 모호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것이 어떤 미완성의 느낌은 아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저자 장영희는 이 책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전한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손 내밈'이다. 문학의 숲을 함께 거닐며 향기로운 열매를 함유하고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 질 수 있도록 믿음을 나누고 싶은 나의 초대이다."

'손 내밈'과 '초대'는 장영희가 문학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던지는 배려의 언어다. 저자는 문학적 교훈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쉽고 재밌게 문학 에세이를 전한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게요.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 넓이만큼,
그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문학의 숲을 거닐다> 가운데



편지 주고받기를 하다 제자의 짝사랑을 받게 된 일화, 시인을 꿈꾸었던 친구가 주부로서 보내온 편지 등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삶과 문학과 연결짓는 장영희의 이야기는 온돌같은 온기로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 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도 나는 다시 일어날 것이다."


또한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수많은 명작들의 기치뿐만 아니라 그 문학을 통한 장영희의 삶이었다. 흔들림 없는 문체처럼,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서 그녀는 자신의 삶을 잔잔하게 서술하고 있다.

그녀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걸인으로 오해를 받고, 신체적 문제 때문에 대학의 문턱에서 좌절할 뻔한 위기에 독자인 나는 눈물이 글썽이는데 마치 남의 일처럼,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저자가 얄밉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담담함을 지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보듬어야 했을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상처가 깊으면 곪아터져 새 살이 돋는 것처럼,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고 보듬을 줄 아는 삶의 성찰을 들려준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저자가 서두에 밝힌 '같이 놀래?'라는 의미처럼 문학적 정보뿐 아니라 자신의 아픔, 다른이의 아픔을 모두 합친 삶의 성찰을 담아냈다.

그렇기에 저자가 원했던, 책을 통한 저자와 독자간의 문학공유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가진 채 막을 내렸다. 저자와 독자간에도, 사람과 사람 간에도, 같이 놀기가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채 말이다.

그렇기에 <문학의 숲을 거닐다>는 이 가을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는 독자들에게, 문학의 힘을 믿는 저자의 삶과 문학과 문학가들의 이상적인 기치를 가슴 따뜻하게 전해 줄 것이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샘터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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