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라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가로등 아래의 작은 틈 바구니에도, 자전거 바퀴에 가로막혀 있는 틈 사이로, 하수구 뚜껑과 맞닿는 곳의 틈새를 비집고 자란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자 귀를 기울였습니다.
무심한 경비아저씨의 손길에 뿌리가 송두리째 뽑혀져 나간 친구들의 이야기도, 하루에도 몇번씩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야 하는 이야기도, 지금까지 숱하게 견뎌왔던 모진 세월의 흔적을 지금의 모습에 고스란히 끌어 안고 당당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 이곳 저곳을 배회하는 저를 보고, 경비아저씨는 "무얼 그렇게 열심히 찾고 있느냐"고 다가와 묻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하며 웃는 저를 보고, 하릴없이 잡초 따위를 카메라에 담는다고 어쩌면 경비아저씨는 헛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