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성사 가능성은 '제로'
소연정? 민노당에겐 폭탄이다"

[릴레이 기획7]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인터뷰 ①

등록 2005.09.04 16:55수정 2005.09.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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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및 정리 : 김병기 유창재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동영상 : 문경미 기자


a 노 의원은 "대연정을 한나라당이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 던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 카드는 협상용이 아니고 압박 또는 협박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대연정을 한나라당이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 던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 카드는 협상용이 아니고 압박 또는 협박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의원의 절반 이상이 지역주의로 당선된 사람들 아닌가. 지역주의가 제일 많은 정당을 향해, 선거법을 고쳐서 지역주의를 탈피하는 식으로 정치개혁하자고 제안한다면…. 한 2년 정도 권력을 줄테니까 이거만 먹고 앞으로 영원히 당선 뿐만 아니라 권력을 포기하라고 한다면 그런 제안을 어떻게 받겠냐. 계산이 안되는데…."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대연정' 실현 가능성을 '제로(0)'라고 확신했다.

노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지만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과 관련해서는 '순정'을 십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여야합의로 지역색을 탈피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드는 작업이 혁명처럼 어려워서,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 줄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해야 할 만큼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했다.

결국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대연정을 자꾸 주장하면서 계속 적을 양산하지 말고, 혁명처럼 어렵지만 그나마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 의원은 우선 "한나라당 계산법에 의하면 지금 의원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다음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이고 그 다음은 당이 2007년에 집권하는 것 아니겠냐"며 "(2007년까지의) 권력을 한나라당이 받는 것이 과연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보면 답은 나온다"고 분석했다.


"2007년까지의 권력 받는 게 유리한가. 2년 권력 잡고 평생 놀라고?"

노 의원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대연정을 한나라당이 받을 것으로 기대해서 던진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노 대통령의 대연정 카드는 협상용이 아니고 압박 또는 협박의 카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압박카드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의원은 "(한나라당이) 여론을 조금 등에 업고 있어서 그렇게 곤혹스럽고 부담스러워 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국민들은 '아니, 저 사람이 또 대통령을 그만둔다는데 왜 그러지'라는 식으로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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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연정' 그 자체는 실현가능하지 않다면서도 노 대통령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노 의원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예전에 새로운 시대의 맏형보다 구시대의 막내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했는데, 원래는 '새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 지형과 새로운 지성을 요청하는 것은 상당히 역사적인 일"이라며 "그 일의 중요도나 거기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정은 적극적으로 이해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의원은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노 의원은 "대통령이 국민들 다 보는 앞에서 '나는 권력을 다 내놓겠는데 너는 무엇을 내놓을래'라면서 센 카드로 협박을 해선 안 되고, '선지자는 외롭다'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대통령이 센 카드로 협박을 하지만 '세다'는 것은 본인만 만족하는 것 아니냐"며 "상대방이 세다고 못 느끼는데도 계속해서 연정 이야기를 너무 자주, 길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노 대통령 뿐만 아니라 개혁에 동참하려는 사람들도 나서서 일반 국민들을 향해서 새로운 정치체제가 필요한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센 카드로 협박 말라. 세다는 거, 본인만 만족하는 것 아니냐"

노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선 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지역주의' 중심의 선거제도로 당선된 의원들이 새로운 선거제도를 만드는데 손을 들어주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낙선될 것이 뻔한 선거제도에 도장을 찍는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느냐"며 "한나라당이야 그렇고, 열린우리당 내에도 적지 않은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대연정 정국이 개헌논의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내각제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론이었다.

그는 "진보정당하는 사람은 대부분 내각제 주의자이고,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야 하지만 우리 현실에선 이르다"면서 "내각제의 경우 20석만 되면 자기 당을 유지하기 쉬운데, 지역주의가 잔존한 현실에선 가령 경북당·경남당 등 소지역주의의 틀을 보장해주는 장치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관 준다면 좋아할 것 같나, '덜 여문 당'에겐 오히려 폭탄"

만약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을 접고 민주-민노당과의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정책 또는 정체성 차별의 간극이 좀더 좁다고 할 수 있는 이같은 제안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노 의원은 "당내에서는 연정을 한번 생각하는 자체가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아직까지 덜 여문 당이어서 소연정은 자기의 운명을 거는 식으로 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가령 장관을 준다면 좋아할 것 같지만, 오히려 민주노동당에서는 폭탄이어서 부담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혁추구 성향을 보면 충분히 이론적으로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나 민주노동당의 국가보안법 철폐, 비례대표제, 비정규직 철폐 등 이 조건은 열린우리당이 쉽게 받아들일 조건은 아니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보였다.

대신 그는 "안정적인 과반수 의석 확보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 연합이 오히려 쉬운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노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소연정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좀더 당세를 확장하고나서 열린우리당과의 관계를 모색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민주당과의 소연정은 대선 정도까지 가야 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원래는 한 모토에서 출발한 당이기 때문에 연정 가능성이나 용이성이 제일 높은 관계"라며 "그러나 서로간의 이해득실의 입지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무현-박근혜 회담, 연정 국면의 '전환점'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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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 인터뷰 도중 노 의원은 '29% 지지율'을 강조한 노 대통령을 향해서 다음과 같이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YS 임기 반환점인) 지난 95년 8월은 YS의 지지도는 60%였다. DJ는 2000년 8월이 반환점이었는데, 지지도가 70%였다.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29%이다.

그런데 이렇게 비교하면 안 된다. YS나 DJ는 지역주의에 대한 강력한 기반을 가졌던 사람들이고, 해당 지역에서 끝까지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인데, 이후(의 지지율 추이)는 '노무현'식이 될 것으로 본다."


이어 노 의원은 "탄핵 당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50%가 넘었지만, 그때도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30%도 안됐다"면서 "이른바 지역주의 카리스마를 가졌던 사람들의 정치시대는 끝났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정치질서를 보면 그렇게 참담할 정도의 지지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 의원은 이번 주초에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을 "연정 국면의 전환점 혹은 분기점"이라고 보았다.

노 의원의 전망은, 먼저 노 대통령이 박 대표에게 직접 연정을 제안하고 이에 박 대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답을 전달해 결국에 대연정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부'가 공식 확인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는 박 대표의 '거부'에 따라 노 대통령의 선택은 ▲더 강도를 높여 압박하는 방법 ▲옆으로 쳐서 압박하는 방법 ▲포기하고 다른 길로 가는 방법 등 3가지 길 중에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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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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