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예감
내용은 간단하다. 가훈이 ‘평범하게 살자!’인, 전혀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이 겪는 여러 에피소드를 묶어서 보여 주는 퍼포먼스다. 태껸, 취권, 태권도, 합기도 따위 온갖 무술의 고수인 가족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추어 무예를 보여 주는데, 우리 음악을 적절히 녹여 넣은 편곡과 배우들의 대단한 무공이 놀라운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해외 공연을 목표로 한 때문인지 대사가 별로 없었는데, 절제된 대사로도 이야기 얼개를 따라가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았고, 덕분에 배우들의 동작 하나 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 역시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실제로 오늘 공연에도 외국인들이 꽤 여럿 보였는데, 미국에서 왔다는 한 남자는 공연 도중에 무대에 불려 올라가 공연에 함께 참가하는 행운을 갖기도 했다.
내가 가장 즐겁게 본 장면은 에딘버러에서 공연을 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대목, 바로 2명의 도둑이 이 집에 도둑질을 하겠다고 덤벼든 뒤부터 시작되는 온갖 슬랩스틱 코미디들이다.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무대 위에서 멋진 동작들을 보여 주는 배우들의 굉장한 연기를 보는 동안 내내 끝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에 완전히 젖어 버린 무대복을 몇 번이나 갈아입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정말 굉장했다.
초절정 고수 할아버지, 공처가 아버지, 섹시하고 싶은 어머니, 술 취해 말썽 피는 막무가내 삼촌, 내숭쟁이 딸, 다중인격 사위 후보, 실컷 당하기만 하는 도둑들 모두 캐릭터가 잘 살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중에서도 삼촌 역을 맡은 이재훈의 귀여운 술주정 취권은 백미였다. 아, 그리고 공연을 안내하는 역을 맡았던 허리 굽은 할아버지가 공연 막바지쯤에 보여 주는 놀라운 변신도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