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재민들이 5일 플로리다주 보인턴 서쪽의 한 훈련장에 임시로 마련된 이재민 수용소에서 시름에 잠긴채 함께 앉아있다.AP=연합뉴스
미국은 지금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공격을 받고 휘청하고 있다. 9·11사건과 미국의 이라크 침략 이래 최대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단순히 자연재해로만 볼 수 없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인재(人災)다.
그것은 더욱이 구조화된 빈부격차가 인종차별주의에 기초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뉴올리언스 인구의 3분의 2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흑인이며, 뉴올리언스 전체 인구 48만명의 3분의 1인 빈곤선 이하 가난한 계층이 대부분 그들이다. 저지대 빈민들은 피신할 능력이나 이동할 자동차조차 없어 더 큰 피해를 당했다고 한다.
몇년 전 시카고에서 혹서가 몰아쳤을 때 수백명의 노인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역시 유럽에서 여름 휴가철 2만여명의 노인들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죽음과 관련하여 대부분 보도는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가 주원인이라는 식이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산업화와 전 지구적 자본주의 무한경제성장이 가져온 자연환경의 파괴가 대기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성장의 그늘이라 할 빈부격차로 인한 결과로 설명하는 데는 매우 인색하다.
그런데 미국의 동남부지역 뉴올리언스는 자본주의체제의 빈부격차가 인종차별주의의 기초 위에서 더욱 강화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해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인 허리케인의 피해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에 왔음을 보여준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여 개척하면서 근대화를 추진하던 시기에 아프리카 흑인들은 야만적인 노예제도에 의해 끌려왔고 착취당했다. 역사적으로 노예제도는 이어져 왔지만 유독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종차별주의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은 매우 역설적이지만 사실이다.
인도 출신 여성사회주의자인 탈라드 아흐메드는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노예가 있었지만 그들은 지금처럼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예가 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피부색과 상관없이 전쟁에 진 경우에만 노예가 될 뿐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흑인만이 노예였고 링컨의 노예해방선언 이후에도 노예적 삶은 끝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자본주의 350년 역사에서 흑인이 곧 노예라는 인종주의가 발전해 왔다고 말한다. 지금 뉴올리언스가 그것을 증언하고 있다. 미국이 1980년대의 불황을 극복하고 1990년대 들어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오던 시기인 1998년 상반기에 4반세기만에 평균 최저실업률 5%를 기록하였다.
그러나 인종별로 보면 확연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백인 3.9%, 히스패닉계 6.8%인데 반해 흑인은 9.7%였다. 그런데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스터 서로우 교수의 1995년 분석에 따르면 정부 발표 700만명에다 실망실업자 600만명, 시간제 노동자 450만명을 합치면 실업률은 14%에 이르고, 여기서 추가되는 실업자는 대부분 흑인들이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 미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자본주의의 성장이 인종주의를 더욱 확대시켜왔음을 보여준다. 미국사회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값싼 상품이었고 버려진 존재들이었다. 강력한 허리케인 앞에 버려진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흑인들은 주검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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