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서 사장, 42×35cm김명실
"그때는 정말 두려운 마음으로 이 서집(書集)을 준비하였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선생님의 제자들, 출판사, 표구사 여러분들의 사랑과 마음이 모아져서 선생님께서 쾌차하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두려운 마음과 기쁜 마음이 공존하는 상태의 제자에게 가장 기뻤던 것은 "선생님께서 이로 인해 끈을 잡으시고 건강을 회복하신 것"이었다.
작품집을 처음 받아 들고 던진 첫 마디가 "글씨가 좋아야지"였다. 그만큼 작품 세계를 정리해 본다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는 중요했다. 병중에서도 창작과 작품에 대한 깊고 간절한 열망이 병세를 호전으로 이끈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하는 제자는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것 같아 보였다.
전시 전체를 진행한 봄샘 박정자씨는 자신의 전시회, 작품집보다 더 큰 부담감과 어려움으로 스승의 전시회 출품 작품을 고르고, 작품집 편집을 하였다고 한다.
200여 점의 작품 중에서 서집에 수록한 작품은 50여 점, 이 중에서 31점이 전시되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다양한 작품으로 선별하였다. 다만 대작이 상당히 많았으나 전시장 사정으로 인해 대작을 많이 전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선생님께서 성경 구절에서 많이 선문하여 작품을 만드셨어요. 그래서 성경 구절 작품이 많은 편입니다. 서체별로는 궁체 정자, 흘림, 반흘림 등의 작품이 있고, 구성상으로는 병풍, 가리개들도 있으며, 대작, 소품 등의 형태로 가려 뽑았습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 서력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느끼고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측면에서 준비했다고 할 수 있어요."
작가는 회갑전 준비를 하였던 듯싶다. 전시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10년이 지나 고희기념전이 되었는데, 결국 이번 전시는 10년 이상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셈이다.
"사실 전시 준비를 하면서 정말로 안타까웠어요. 아프지만 않으셨으면 정말 그 많은 작품 중에서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작품, 전시의도에 따라 선별하고 정된 작품들로 전시회를 열었을 텐데…"하며 말꼬리를 흐리는 제자의 가슴에는 벅찬 감회 못지않게 쾌유한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채워져 있는 것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