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동맹의 비용이 편익을 추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사진은 윤광웅 국방장관과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악수하는 장면.오마이뉴스 권우성
오늘날 우리가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야 할 가장 큰 이유는 동맹의 비용이 편익을 추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동맹의 비용과 편익을 계량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지만, 21세기의 주한미군은 '안보'를 포함해 한국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주둔론자는 북한의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고, 중국 등 주변국가들의 위협에 독자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며, 안보비용 절감을 통해 경제성장을 발판들 마련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미국과 동맹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의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의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방책이라는 점도 자주 거론된다.
이와 같은 주한미군 주둔론의 근거들은 일정 정도 논리적·현실적 타당성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체로 '주한미군의 철수=안보불안'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바탕을 둔 것이다. 또한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동북아 안정화 효과 못지 않게 불안정 요소도 크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도 있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이 한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면, 미군 주둔의 근본전제는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위협대응형에서 위협초래형으로
먼저 안보 위협의 측면이다. 한미동맹이 미국이 말하는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는 방향으로 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재편되면, 한국은 감당하기 힘든 안보 위협에 봉착할 수 있다.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전략적 유연성'도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이나 인권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면, 한국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북-미간의 군사적 긴장이나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이미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을 포함시킨 부시 행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작전계획 5026과 5029를 마련한 상태이고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력증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레온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은 8월 29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은 새로운 기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주한미군 재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한반도는 상당한 수준의 전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한 주한미군 기지 및 전력 재편이 마무리되어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될 경우, 한국은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중요하다.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전초기지화가 된다는 것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체제에 편입되고 미국에게 기지 사용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국은 중국과 가장 인접한 남한의 서남부에 군사력을 집중시키면서 수원-오산·평택-군산-광주를 잇는 'MD 벨트'를 만들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적대 행위로 간주하고 한국을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게 될 것이다. 한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는 주한미군이 한국에게 감당하기 힘든 안보 딜레마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고,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요구되는 지혜는 불필요한 위협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미동맹이 '위협 대응형'에서 '위협 초래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되물어봐야 한다. 이는 '안보'를 위해서는 다른 가치의 손실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주한미군 주둔론의 근본 전제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폭등하는 주한미군 관련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