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나이키 운동화도 10달러!한나영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학교에서는 안 쓰는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까.
성능이 떨어지는 구형 컴퓨터, 프린터, 스캐너와 OHP. 못 쓰는 건 아니지만 낡아서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게 된 책장과 책상, 의자들. 학교 마크가 들어간 여러 가지 소품과 매점에서 안 팔린 가방, 체육복, 운동화들. 이밖에도 버리기에는 아까운 쓸 만한 물건들을 우리 대학에서는 어떻게 처리할까.
여러분은 혹 관심이 있으신지….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미국 대학의 어느 큰 '장터'를 보기 전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대학장터에 지역주민이 귀한 손님?
미국의 제 4대 대통령이자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메디슨. 그의 이름을 딴 JMU(James Madison University)는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버지니아주의 '해리슨버그'에 있는 공립 대학이다.
1만5000여명의 학생이 있는 JMU는 이곳 해리슨버그의 '핵'으로 도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JMU가 방학을 맞으면 도시가 공동화되어 삭막한 느낌마저 든다고 하니 JMU는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새 학기를 앞두고 이곳 해리슨버그에 큰 장이 열렸다. JMU가 해마다 벌이는 연례 세일에는 학생과 교직원뿐 아니라 주민들도 참여한다고 한다. 남편에게도 이번 '세일'을 알리는 이메일이 학교에서 왔고 시내 곳곳에도 이번 행사를 알리는 전단이 많이 붙었다.
"잘 고르면 제법 쓸 만한 것들을 살 수 있을 거예요. 7시 반부터 한다고 하니 7시까지 가보세요."
JMU에 재직 중인 최 교수의 말을 듣고 우리는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까지 쳐두고 이 날을 기다렸다. 혹시 길을 헤맬까 싶어 세일 전날에는 미리 지도를 가지고 길을 연구(?)하기도 했다.
이번 세일은 학교 캠퍼스가 아닌 시내 JMU 창고에서 벌어졌다. 큰맘 먹고 나선 우리 가족들은 오전 7시도 채 안 되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열해 있었다. 7시 30분에 시작된다고 했지만 벌써 많은 '부지런한 새'들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