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 문밖에서는 참석자들이 10여 미터가 넘는 흰색 천 위에 태극기 아래에 '경찰'이 중심이 되는 사법개혁을 소망하는 글귀가 계속해서 적어내려갔다.오마이뉴스 유창재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과 의원회관 앞으로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네티즌 연대(cafe.daum.net/jusitce2005)' 주최로 이날 저녁 7시부터 의원회관 1층 대강당에서 열리는 '현행사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그 숫자만도 무려 5000~6000여명.
'사법제도 개혁'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전국 각지에서 모인 경찰관 및 시민들이 약 500석 규모의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일부 참석자들은 문 앞까지 왔다가 뜨거운 열기에 밀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미처 토론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의원회관 출입구 앞쪽과 의사당 앞 잔디밭을 채워나갔다.
토론회는 연예인 김구라씨가 진행을 맡았다. 사법제도개혁을 위한 네티즌 연대 정책운영위원인 전은제씨가 '국민주권의 관점에서 본 사법개혁의 방향'이란 주제로, 이용렬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수석부본부장이 '사법개혁의 올바른 방향'이란 주제로 발제를 했다. 이어 지정토론자 자격으로 참석한 수사경력 24년의 김인수(50) 수원중부경찰서 강력반장이 참석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대강당 문밖에서는 참석자들이 10여 미터가 넘는 흰색 천 위에 '경찰'이 중심이 되는 사법개혁을 소망하는 글귀를 적어 내려갔다. 그 옆에서는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의 헌금을 모금했고, '사법제도 개혁을 위한 소망의 소리함'도 놓여있었다.
흰색 천 위에는 "우리 모두의 작은 정성이 모여 나라의 미래를 바꾼다", "경찰은 검찰의 곰이 아니라 국민의 곰이고 싶다", "수사구조개혁 이제는 대세이다", "진정한 사법개혁은 검사조서의 증거능력 불인정과 공판중심주의" 등등의 소망을 담은 글들이 적혀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격앙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참석자 중의 한 명은 "경찰은 권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경찰이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판사나 검사, 변호사 등 소위 법조 삼륜의 제 밥그릇을 챙기는 기존의 사법제도를 깨고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오늘 토론회는 기존의 제도 기득권에 물든 사법 제도가 아닌 시민의 개혁 의지가 담긴 사법 제도에 대한 안을 내놓는 자리였다"며 "뜨거운 열기와 소망을 모아 우리의 의지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에서 연수차 올라왔다가 이날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는 한 경찰은 "시간적 여유가 있어 평소관심이 있었던 수사권 조정 문제가 논의되는 자리라고 생각해서 참석했다"며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내용이 토론회에서 다뤄졌다"고 과열된 분위기를 우려했다.
토론회는 밤 9시를 넘어서까지 계속됐으며, 대강당에서 토론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여의도광장 국기게양대 앞으로 옮겨 뒷풀이를 통해 열기를 이어갔다.
토론회를 주최한 사법제도개혁을 위한 네트즌 연대는 이날 토론된 내용을 자료집으로 발간해 299명의 국회의원들과 국회 관련부처,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부처, 각 언론사의 법조-경찰 출입기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에게 개별 송부할 계획이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다음주 초인 오는 12일 검-경간에 팽팽히 맞섰던 수사권 조정에 대한 최종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