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소울/화니북스장옥순
지난 가을에 들여놓은 책 중에서 향기로운 냄새를 폴폴 풍기며 나를 부르는 책은 단연 <로맨틱 소울>이다. 책 제목이 주는 인상에서부터 로맨틱하다. 계절 탓인지 '바흐의 가보트 사단조'를 바이올린으로 켜면 나도 모르게 눈가를 적시는 물질 앞에 황당해지며, 이 나이에도 가을이 느껴지는 내 모습에 놀란다.
그건 순전히 가을 탓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가을에는 차분해지고 조용해지며 약간 우울증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밤늦도록 음악을 듣게 되는 계절, 책이 주는 포만감으로 배불러도 좋은 계절인 가을은 너무 짧은 것 또한 매력이다.
이 가을에 음악을 틀어놓고 밤이 깊도록 읽고 싶어지는 책은 '로맨틱 소울'이 아닐까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잭 캔필드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 사랑편으로도 불리는 이 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로맨스, 세 아이를 둔 여인이 여전히 남편과 정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야기, 사랑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여인이 다시 운명적으로 '그'를 발견한 이야기 등의 로맨스를 담아낸 여러 글들이 실려있다.
사랑에 관한 짧은 명언들을 만나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는 반가움이다. '사랑은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 치료한다'는 칼 메닝거 박사의 말이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어떤 일도 기적이 아닌 삶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을 기적으로 느끼는 삶이다'로 표현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독백이다.
제1부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제2부는 사랑의 추억, 제3부는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로 이루어진 짤막한 이야기들 속에서 사랑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와 사랑을 잃은 사람들에게 주는 희망의 언어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청춘 남녀의 풋사랑에서부터 죽음을 앞둔 팔순 노인의 애틋한 사랑에 이르기까지,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 '사랑'을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한 책이다.
'삶을 찬란하게 하는 것은 오로지 사랑뿐이다'는 명제로 출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랑의 마법에 걸리게 하는 묘한 매력으로 222쪽까지 단숨에 잡아끈다.
'세상은 종종 혼란과 동요와 어둠으로 가득 찬다. 사랑은 우리를 즐거움으로 안내하는 빛이고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랑의 신념을 믿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라서 신선하고 대담하다.
'살아가는 동안 가장 멋진 일은 해가 갈수록 관계가 깊어지고,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두 사람 사이의 영적인 발전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찾는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절히 바란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신이 내려준 은총이다.'
휴 월폴의 글을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제1장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를 대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사랑을 얻은 사람이다.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도, 사랑으로 상처받은 이에게도, 사랑이라는 말이 진부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이 한 권의 사랑학 실천서는 충분히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다. 세상에 사랑을 다룬 영화, 소설, 드라마가 넘쳐나도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에 목마르다.
네모난 사람 창고(아파트)에 살며 고립된 섬에 안주하는 이 시대, 어울림이 부담스러워 작은 방을 가지고 다니는 자동차에 자아를 묻고 사는 상실의 시대, 손가락 놀림만으로 살아 있음을 전하는 문자 메시지의 시대를 살아도 여전히 사람들은 외롭다. 그래서 더욱 사랑을 갈구하고 병적인 사랑에 집착한다.
우리 다시 문을 열고 담을 넘어 버스를 타고 느린 열차를 타고 가을이 전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 한 권을 들고 사랑을 배우자.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고 하지 못한 입술에 힘을 주고 연인에게, 아내에게, 남편에게, 자식에게, 마음 아픈 이웃들에게 사랑을 말하자. 우리는 가장 중요한 말을 가장 많이 참으며 살고 있음을 이 책은 가르쳐 준다.
한 그루의 꽃도, 한 방울의 물도, 작은 강아지도 사람들이 속삭이는 '사랑해'라는 말에 아름다운 변화를 보인다는데, 왜 우리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한 기족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주지 못하고 아끼며 시간을 낭비하는지를 호되게 야단친다.
이 가을에 사랑하기를 다시 복습하고 연습하고 싶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로맨틱 소울/잭 캔필드/화니북스/를!
특히 책의 중간 부분에 인용된 루이자 메이 앨콧의 '사랑은 가장 훌륭한 화장품이다'는 사랑에 관한 가장 짧은 문장으로 단연 압권이다. 독자 여러분! 이 가을엔 비싼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도 마음의 문을 열고 화장품을 바르시지 않을래요?
덧붙이는 글 | 가을=사랑이라고 생각하며 멀리 있는 가족들에게, 가까이 있어도 말을 아낀 이웃들에게 표현하기를 배우고 싶어 다시 읽은 이 책을 권합니다.
로맨틱 소울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외 지음, 강정 옮김,
화니북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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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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