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권우성
특히 "민주당 탈당자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그런 말이 어디 있느냐", "당신이 몸을 담고 꿈을 이룬 곳인데, 오히려 매도를 하고 야박한 말씀을 되풀이하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기품이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할 때는 비감함을 드러냈다.
또 당선자 시절 뒤차로 수행하던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한겨레신문사를 갑자기 방문한 뒤 "이 의원에게 말하면 반대할 것 같아 갑자기 차를 돌렸다"고 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노 대통령이 "당신(대통령) 생각을 따라주지 않으면 상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끝으로 "선거구제 개편은 큰 업적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 전에 비공식적으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도 '국민들은 경제를 중요시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에게 '경제에 올인해달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낙연 의원과의 일문일답 전문.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고 해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담에 대한 관전평을 한다면?
"회담의 전개 양상이나 결과를 보면, 박 대표가 준비도 단단히 했고 매우 공세적으로 했다. 준비의 정도나 기세에서는 오히려 노 대통령이 좀 밀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박 대표는 여러가지를 얻었다. 반면 노 대통령은 약간의 상처가 났다. 박 대표를 설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나, 통계를 잘못 인용했다던지, 일반 국민과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거리감을 확인시켰다.
또하나 독특한 것은 보통의 지도자들 같으면, 아주 원론적인 합의라도 내놨을 것이다. 그런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독특한 리더십이다."
- 대연정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우선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정치분야에 무엇인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또하나는 임기 후반부와 퇴임 이후를 생각하는 전략 내지 정략도 있었다. 임기후반과 퇴임 후를 봤을 때, 지금 그대로 뒀을 경우 앞으로 굵직굵직한 것을 처리하는데 순탄하게 의도대로 운용하기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판을 바꿔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리고 임기 반환점에서 본 남은 임기에 대한 불안감이나 초조감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국민과의 대화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29%의 지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 노 대통령의 다음 수순을 놓고 이런 저런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는데, 다음 카드를 무엇으로 예상하나.
"잘 모르겠다. 선거구제 개편이나 개헌, 본인의 진퇴 등 이런 것들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대통령으로서는 커다란 모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모험이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워낙 큰 것을 걸어버리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그 모험에 국민들이 동력을 걸어줄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사람이 많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노 대통령의 작품이라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나치게 공학적인 드라이브를 가져오면 국민들이 반발할 지도 모른다. 여론의 지지가 식어가고 있기 때문에 과연 국민적인 에너지가 생길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성공은 국민적인 에너지에서 나왔다. 그 에너지가 식어가고 있다. 집권 초기 때처럼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 노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민주당에게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대통령이 소연정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도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노 대통령은 큰 판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대연정과 소연정은 서로 대체 가능한 카드가 아니다. 아주 질적으로 다르다. 소연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생 등의 정치문화적 요소를 뺀다면, 법안의 원활한 통과 또는 장관(국무위원) 해임안 저지 두 가지 뿐이다.
대통령이 번번이 민주당을 향해 하는 발언을 보면, 대통령은 민주당을 연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호남의 탈당자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그런 말이 어디 있나. 민주당은 당신이 몸을 담고 꿈을 이룬 곳이다. 어떤 사정으로 결별했다고 하더라도 그 당에 대한 연민이나 고뇌가 있는 것이 보통의 경우다.
그런데 오히려 매도를 하고 야박한 말씀을 되풀이하면 정치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이자 인간으로서 기품이 있는 태도가 아니다. 그런 모습은 옳지 않다. 최소한의 고뇌라도 있었으면 했고,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노 대통령에 대해 야박한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극구 노력하는 것도 이런 것이다."
- 만약에 가정으로라도 소연정을 제안한다면?
"가정 갖고 얘기하는 것은 그런데,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 소연정 대한 당내 논의가 있었나.
"연정 얘기 나오던 초기에 조금 있었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나의 사랑의 대상은 한나라당'이라 공표한 후부터 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됐다."
-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의 연합공천 가능성은 있지 않나.
"연합공천은 연합보다 어렵다. DJP정권 때도 연합공천에는 실패했다. 이때도 연합공천 논의가 있었는데, 이인제씨가 논산에 가지 않았나. 이해 당사자들이 너무 많다."
"영남출신 대통령이 영남 기반한 당에 권력 주겠다는 것이 지역구도 극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