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외 지역 학생들의 열린 문화 체험

찾아가는 청소년 마을, 대안학교를 찾아오다

등록 2005.09.10 14:55수정 2005.09.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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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비도 지나갔고 경남 합천군 적중면 황정리 너른 벌판에서는 나락들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익어가고 있습니다. 아침 저녁 선선한 날씨 덕에 산책하기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에도 가을이 왔는지 기숙사는 귀뚜라미, 풀벌레 울음소리로 가득찹니다.

a 한국청소년마을의 찾아가는 열린문화체험 <학교가 좋다>

한국청소년마을의 찾아가는 열린문화체험 <학교가 좋다> ⓒ 정일관

어느덧 높고 맑아진 가을 하늘 아래, 9월 8일과 9일에는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마을과 한국청소년방송이 원경고등학교를 찾아와서 학교가 또 한 번 떠들썩하였습니다. 지난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2박 3일간, 경남 남해에서 해양훈련캠프를 연지 일주일만에 또 한 번의 체험학습을 유치한 것입니다.

a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피드 퀴즈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피드 퀴즈 ⓒ 정일관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마을은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청소년방송국과 연계하여 문화 소외지역에 있는 학교나 대안학교를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디지털 문화와 방송 제작 체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올해는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순회를 하고 있어서 이미 청주의 양업고등학교와 경주의 경주화랑고등학교를 다녀왔고 원경고등학교는 세 번째 대안학교이며, 주제는 '찾아가는 청소년 열린문화체험'입니다.

a 아이들이 버츄얼 스튜디오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아이들이 버츄얼 스튜디오 제작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 정일관

첫날인 8일에는 간단한 인사와 소개 후에 먼저 디지털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인터넷과 디지털, 그리고 방송 용어들을 중심으로 스피드 퀴즈를 진행하였습니다. 이어서 학년별로 나누어 버츄얼(가상) 스튜디오 체험, 어울림 문화 체험, 보드게임 체험을 각각 수행하도록 하였습니다.

a 어울림 문화 체험-구슬 나르기

어울림 문화 체험-구슬 나르기 ⓒ 정일관

버츄얼 스튜디오 체험은 방송국에서 실제 제작하여 방송하는 일기 예보나 역사스페셜, 또는 선거 개표 방송 등, 가상공간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하는 과정과 카메라 조종법을 체험하도록 하였는데, 아이들은 기술 분야, 카메라 분야, 아나운서 분야를 나누어 각각 체험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지도해주는 교관의 지시에 따라, 일기예보를 중심으로 직접 아나운서 멘트를 하고, 기술부에서 음악을 보내고 조정하며, 합성하여 하나의 프로그램을 제작함으로써 가상공간을 이용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전모를 확연하게 아는 계기가 되었다고 흐뭇해했습니다.

a 어울림 문화체험-공을 이용하여 여럿이 함께 하는 협동제기차기

어울림 문화체험-공을 이용하여 여럿이 함께 하는 협동제기차기 ⓒ 정일관

한 학년이 버츄얼 스튜디오 체험을 하는 동안 다른 학년에서는 어울림 문화 체험과 보드 게임 체험을 하였는데, 어울림 문화 체험은 인터넷과 기술주의적 문화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인간관계를 형성해주는 보완 프로그램입니다.

a 보드 게임 매트릭스를 체험하고 있다

보드 게임 매트릭스를 체험하고 있다 ⓒ 정일관

아이들은 모둠을 짜서 서로 힘을 모아 좁은 대롱을 이용하여 구슬을 나르는 놀이나, 6명의 아이들이 발을 하나씩 모아서 달리는 '6인 7각' 놀이, 가상의 거미줄을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들어서 통과시키는 '거미줄 통과하기' 놀이와 배구공을 이용한 '협동제기차기' 등 반드시 한 모둠 전체가 협동을 해야만 이루어지는 놀이를 통해서 협동의 소중함을 배우는 체험을 하였습니다. 아울러 또 한 학년은 도서관에 모여 보드 게임 '매트릭스' 진행 방법을 배우고 실제 체험을 하면서 여럿이 함께 여가를 보내는 건전한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였습니다.


a 아이들이 프로그램 사회자 체험을 하며 <학교가 좋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 사회자 체험을 하며 <학교가 좋다>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 정일관

이러한 체험을 하면서 일과가 끝났지만, 아이들은 다음날 있을 방송 촬영에 대비하여 장기자랑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종합 체험 과정으로서 한국청소년방송국에서 제작하는 <학교가 좋다>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a <학교가 좋다>-풍물 시연

<학교가 좋다>-풍물 시연 ⓒ 정일관

9일, 아이들은 열린문화체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총합체험영상물'을 제작하는 체험을 하기 위해 다시 강당에 모였습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에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출연자와 방청객들이 녹화를 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체험하였습니다. 아이들은 <학교가 좋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사회자로 출연하여 멘트를 녹화하기도 하였고, 평소에 연마해왔던 풍물, 관악연주, 수화, 댄스, 노래 등 학생 장기자랑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그 모든 것을 방송 프로그램으로 녹화해 가는 과정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a <학교가 좋다>-엽기 막춤까지?

<학교가 좋다>-엽기 막춤까지? ⓒ 정일관

사회자로 출연한 1학년 조수진 학생은 "사회 멘트를 잘 못하여 여러 번 NG를 낼 때는 힘들었지만 차차 안정되면서 한 번에 통과될 때는 정말 기뻤다"며 "방송 녹화가 얼마나 힘든지 이번에 실감하게 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래에 IT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꿈인 3학년 이정학 학생도 "이번 열린문화체험은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와 맞아서 무척 재미가 있었다"며 "특히 가상 스튜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한 것이 좋았다"고 밝혔습니다.

a <학교가 좋다>-플롯과 피아노 협연

<학교가 좋다>-플롯과 피아노 협연 ⓒ 정일관

특히 1학년 채현수 학생은 학교에서 지정한 '푸른 아이'가 되어 도서부원으로 활동하면서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읽고 작가가 되겠다는 꿈과 풍물 상쇠가 되어 활동하는 모습, 하루 일과를 카메라에 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주목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찾아가는 청소년 수련 마을을 이끌고 온,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단 박재연 단장은 "대안학교를 방문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어 좋았고 농촌 지역에 있으면서 첨단 디지털 기술로부터 소외될 수 있는 아이들을 만난 것이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말하며 대안학교 학생들의 자유분방하고 발랄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체험학습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교육을 표방하는 대안학교 원경고등학교의 열린문화체험학습은 끝났지만, 한 체험을 지나면 한 지혜를 얻듯이 아이들의 마음도 들판의 나락처럼 조용히 익어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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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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