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과 동백, 물고기의 천국 '국도'

최남단 국도에서 시와 추억의 2박3일 여행

등록 2005.09.12 10:42수정 2005.09.1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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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섬 기행 중에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섬이 바로 국도다. 꿈결에도 파도치는 그 섬. 국도는 경상남도 최남단 작은 섬이다. 이 섬 왼쪽 위에 욕지도가 있고 오른쪽 위에는 매물도가 있다. 바로 앞은 대한해협이다. 국도 코앞에 섬나라 일본의 살붙이인 대마도가 출렁이고 있다. 한일 접점에 남다른 사연을 안고 파도치는 섬 국도.

면적이라야 0.40㎢, 해안선 길이 4.5㎞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매섭고 부릅뜬 두 눈으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를 응시하며 물결치고 있다. 임진왜란 때 한 주민이 이곳 대나무를 화살로 만들어 주민들과 함께 싸워 이겼다고 해서 나라에서 “이 섬은 보배”라면서 이름 지어준 것이 국도다.


국도는 물고기 천국이다. 10년 전만 해도 10여명의 주민들이 살았던 섬이었고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산지이고 경작지가 거의 없어 연안 일대에서 고기잡이와 굴과 김 양식을 하며 생계를 이어야했기에 섬사람들은 하나둘씩 고향을 등졌다.

a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일출 직전의 국도 앞 바다

낚시 포인트이기도 한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일출 직전의 국도 앞 바다 ⓒ 박상건

주민들 떠난 섬에 노루와 염소가 노니는 적막한 바닷가

지금은 한 종교단체 건물만이 적막한 바닷가를 지키고 있다. 우리 일행은 종교단체 의 배려로 이 섬에서 2박3일간 뜻깊은 여행을 보낼 수 있었다.

국도는 이 섬 소유자인 종교단체 전용선이나 사선을 타고 갈 수 있다. 이따금 강태공들이 작은 배를 빌려 타고와 섬 주위를 돌며 입질을 즐긴다. 통영 일대 어민들의 배낚시 단골장소기도 하다.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뜸해 물고기들에게는 천국인 셈이다.

국도는 통영에서 배를 타고 1시간 20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다. 우리 일행은 8·15 광복절을 맞아 대마도 앞에서 전국의 시인 70명과 함께 ‘섬사랑시인학교’를 열었다. 방송을 진행했던 나는 이 바닷가에서 핸드폰으로 방송을 하며 들떴다.


국도는 순결하고 아주 깊고 푸른 섬이다. 섬에는 노루와 야생 염소가 뛰어노닌다. 흑염소들은 이방인과 눈길이 마주치면 번개처럼 빠른 몸짓으로 섬벼랑 끝으로 올라가 경계의 눈빛을 쏘아댄다. 그런가 하면 섬 주변의 수국은 절벽으로 이어지며 하얗게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 아름다운 수국 길을 따라가다 보면 수국처럼 하얀 포말이 부서진다.

a 국도는 섬 전체가 수국으로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국도는 섬 전체가 수국으로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 박상건

몇 번 가보았던 외도라는 섬이 인공이 가미된 생태공원이라면 국도는 자연 그대로 환상의 야생화들이 가득찬 천연의 섬이다. 수국 길을 따라 걷다보면 동백대궐이 이어지고 그 동백들은 이내 섬 정상을 향해 붉게 타오르고 있다.


동백꽃은 정상으로 불타오르고 기암괴석은 해조음에 귀 기울이고

그렇게 꽃봉오리들로 환하게 불 밝히고 서 있던 섬 국도 해변으로 내려가자 드릅나무와 은방울꽃, 둥글레, 도라지, 나리, 들쑥 등 다양한 남방계통 식물들이 해풍에 가슴에 맡겨둔 채 푸른 생명의 몸짓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흔들리며 아기자기한 작은 섬과 바위들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아름다웠다.

구름다리로 이어진 ‘떨어진 여’라는 작은 섬 그리고 삼각바위, 촛대바위, 노랑바위, 몸바위, 사이섬, 큰섬, 몽돌 해변은 파도소리를 연신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해조음에 귀 기울이고 있자니 어느새 가마우지 등 희귀 바닷새도 여러 종이 살고 있음을 알았다.

그 물새들이 창공에 나래 짓을 하던 풍경에 빠져 들면 이윽고 우리는 이 바다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몽돌 해변에서는 수영도 할 수 있다. 특히 유난히 큰 해파리를 만나기도 했는데 도심에서 살아온 조무래기들은 마냥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IMG7@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 해변 백일장과 낚시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서울에 온 한 초등학교 1학년생이 쓴 작품이 심사를 한 등단 시인들을 경악케 했다. 녀석은 툭 트인 그 바다를 보고 이렇게 시를 썼던 것이다.

섬은 파도처럼 멀리 가지 못해 외롭다
나는 그 섬과 바다의 친구이고 싶다
바다는 횡단보도가 없어 좋다
나는 바다와 섬이 좋다

바다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좋다는 도시 아이의 생각. 한편으로 어른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찌든 도심을 탈출해 외딴 섬에서 자연이 주는 정서적 교감에 젖어든 그 마음이 예뻐 보일 수밖에. 그렇게 자연의 소중함과 그런 고귀함을 잠시 잊고 살았던 자신을 한번쯤 되새김질해보는 순간이었다.

a 밤바다에는 파도가 철썩이고 강당에서 저마다 촛불을 켜고 시낭송을 하는 장면

밤바다에는 파도가 철썩이고 강당에서 저마다 촛불을 켜고 시낭송을 하는 장면 ⓒ 박상건

저마다 그 아이에 탄복한 사이에 섬 기슭에서 낚시대회를 마무리한 무리들이 다가서고 있었는데 한 초등학생이 1시간도 못되어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낚아와 또 한번 웃음바다로 철썩이던 몽돌 해변.

a 조무래기들이 낚아 올린 물고기를 회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받는 시인과 그 가족들

조무래기들이 낚아 올린 물고기를 회 안주 삼아 술잔을 주고받는 시인과 그 가족들 ⓒ 박상건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 섬은 분명 최고의 낚시터였다. 특히 수심이 아주 깊고 좁은 바위 사이로 조류와 물고기 흐름이 좋아 국도 구름다리 밑 동쪽 지점이 큰 호응을 받았다. 바위 바로 아래는 수심이 20m이상이어서 배를 접안할 수 있는 시멘트 발판도 마련돼 있었다.

낚시대회에서 잡은 물고기를 해변에 펼쳐 놓고는 여류 시인들이 고기를 씻고 칼질을 하며 회를 떴다. 그렇게 해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인들과 참가한 가족들은 소주잔을 돌리며 먼 바다에서 모처럼 한여름의 추억을 만들어갔다.

물고기 천국 섬에서 느끼는 입질과 사색의 맛

아이들은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몸을 던지거나 바위에 덕지덕지 붙은 조개 잡기와 해초류 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바다에서 노니는 낚싯배를 그림으로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낚시광이라면 필히 국도로 가는 여행길에 몸을 맡겨볼 일이다.

정말이지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행복할 정도로 고기들이 낚시 바늘을 흔들어댄다는 사실이다. 중썰물 때까지 입질이 활발한 편이다. 어종은 참돔, 흑돔, 돌돔이 주종이다. 낚시를 하면서 국도 본섬에 올라 바다와 야생화 구경을 하면서 쉬엄쉬엄 섬에서 사색하는 재미도 참으로 쏠쏠할다.

a 고기잡이 배와 몽돌해변에서 해수욕과 여가를 즐기는 시인들

고기잡이 배와 몽돌해변에서 해수욕과 여가를 즐기는 시인들 ⓒ 박상건

낚시를 하려면 국도 서쪽 노랑바위 좌측도 괜찮다. 사리 때 포인트가 형성되는데 야영도 가능하다. 사이섬 남쪽 포인트도 좋은데 다만 야영은 위험하다. 칼바위는 온통 화강암 바위로 돼있다. 우측 포인트는 난바다 쪽으로 포말이 참 아름답다. 포말 탓에 물 흐름이 좋아 입질이 좋은 편인데 참돔과 농어가 잘 잡힌다.

작별을 아쉬워하며 밤새 시를 낭송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2박3일의 여정이 저물어 갔다. 마지막 날 밤 우리는 저마다 촛불을 켜 들고 시를 낭송했다. 시낭송이 끝나고 그 여운이 남아 낮에 잡은 물고기 회를 먹으며 다시 파도 철썩이는 동백 숲 아래서 모닥불을 펴고 노래를 한 곡조씩 불렀다.

한동안 낯설던 섬도 그렇게 정이 들었다. 그 섬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쌓은 우정은 작별이라는 이름 앞에 더욱 뜨겁게 전이되어 오고 있었다. 서로 어깨 걸고 한물결로 흔들리던 그 풍경이 지금도 생생하게 물결 일고 있다.

마침내 국도와 작별할 시간이 다가왔다. 마지막 날 아침 태양은 푸른 물결을 붉고 뜨겁게 쉼없이 풀무질했다. 쉬이 잊혀지지 않을 감동을 달래주고 데워주듯이 말이다. 엔진음이 들리고 뱃머리에서 멀어져가던 그 섬 국도.

a 수평선 위로 강렬한 햇무리를 동반하며 떠오르는 아침 해

수평선 위로 강렬한 햇무리를 동반하며 떠오르는 아침 해 ⓒ 박상건

태양의 소리 없는 아우성은 포말 속에 멀어져 가던 국도의 흔적들을 오래도록 잡아끌듯 온 바다에 햇살로 나부끼고 있었다. 부서져 가던 햇살처럼 하얗고 푸른 섬의 기억은 늘 일상의 희망이 되어 다시 떠오를 것이다.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르듯이 말이다.

[미니상식] 기본 낚시채비, 이렇게 하자

섬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이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채비를 갖추는 게 추억쌓기에 좋다. 전문 낚시꾼이 아니더라도 낚시점에서 부탁하면 값싸고 간단한 채비를 해 준다. 또 전문지도가 아니더라도 관청에서 배포한 관광 지도를 지참하고 핸드폰 충전 상태 등을 확인해 두는 것이 먼 바다로 떠나가기 전 확인할 필수사항.

낚시채비를 준비할 때는 가고자 하는 섬의 수심과 주로 잡히는 어종을 알아야 한다. 이 역시 낚시점에 문의하면 알아서 잘 해 준다. 국도의 경우 썰물 포인트에 참돔, 흑돔, 돌돔 낚시가 주종임으로 찌흘림 낚시채비가 좋다. 원투형 처넣기도 괜찮다.

막대찌는 5호 정도에 도래추를 부력에 맞도록 설치해야 하는데 초보자는 미리 몇 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사용미끼는 찌흘림일 경우 밑밥을 충분히 투척한다. 저층에 있는 고기를 띄울 수 있도록 항여 미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욱지에서 미끼 마련은 필수.

사용미끼는 크릴새우, 보리새우, 홍무시 등을 사용하는데 싱싱한 미끼가 좋다. 사용바늘은 돔 바늘 5∼6호 정도면 무난. 밤에는 민장대 볼락낚시도 아주 잘 되는 곳으로 이를 겨냥한 것도 즐거운 낚시 재미일 것이다.

파도가 치는 곳에서는 수심이 자갈층임으로 참돔낚시에 좋은 여건인데 참돔릴대와 원줄, 밑줄, 버림봉돌 등 이에 알맞은 채비를 갖춰가야 한다. 미끼는 홍무시 내지 낙지다리가 좋은 편이다. 포말이 거센 경우가 많음으로 일기예보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 국도 가는 길

① 고속버스
강남고속버스터미날 경부선=>통영행(1시간-1시간 20분 단위/07:00/08:30차=>통영시외버스터미날=>맞은 시내버스 종점=>35번 시내버스 탑승(운임 700원)=> 삼덕항(종점) => 농협 삼덕지소 앞 배편이용=>국도

② 항공
김포공항=>사천(진주)공항=>통영행 리무진(운임 6300원)=>통영시외버스터미널=>맞은편 시내버스 종점=>시내버스 35번 탑승=>삼덕항(종점)하차=>국도

③ 영남권 대중교통
대구/포항/동래/울산/방어진/창원/마산/부산/대전/사천/진주=> 통영행 고속(시외)버스=> 통영시외버스터미날 하차=> 맞은 편 시내버스 종점=>35번 시내버스 탑승(운임 700원)=>삼덕항(종점) 하차=>농협 삼덕지소 앞 배편이용=>국도

④ 국도에 가려면 통영 터미널 앞에서 35번 삼덕항 시내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리면 '청우일신회'라는 종교단체 사무실이 있다. 이곳에서 허락을 받아 이 단체 소유 전용선을 타는 방법과 사선을 빌려 들어갈 수 있다.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 섬이니만큼 통영항 일대 낚시점에서 1인당 3만원 승선료를 주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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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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