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책에는 정답이 있다. 물론 이 답이 현실에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설정한데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시장을 전제하고 제시하는 해법인지라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가 속출하기도 한다.

그래도 답을 제시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때 그 때 달라요'라는 답 아닌 답을 내놓거나 난해한 문제를 던져놓고 문제제기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글을 만나면 때로 글쓴이가 참 고약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 <쉽게 배우는 경제학> ⓒ 황금가지

경제원론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론들을 생활 속 얘기로 재미있게 풀어놓은 <쉽게 배우는 경제학>. 이 책 역시 경제와 관련된 많은 질문에 명징하게 답한다.

"열심히 일하기는 마찬가진데, 왜 유명한 영화배우나 운동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을까?", "직장에서 영어를 얼마나 사용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걸까?","직장상사에게 야단을 맞은 부하직원은 '그렇게 잘하면 자기가 하지. 왜 나를 시켜'하고 투덜대는데, 과연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의 일을 하는 것이 맞을까?"

이렇게 생활 속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궁금증에 대한 답이 이 책에 있다. 경제라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독자라면 경제학에 다가가는 첫걸음을 내딛기에 유용한 만남이다.

'정보경제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명품이 비싼 이유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자동차를 파는 사람은 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반면 사는 사람은 가격 외에는 달리 정보가 없어 시장 실패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하는 '역선택 이론'. 이를 토대로 발전한 정보경제학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밑거름이 된 현대 경제학 영역이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이 정말 공부하는지 궁금해 하는 부모들의 사례를 통해서 '도덕적 해이'에 대해 분석하는 것도 흥미롭다. 의료보험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는 상황, 예금자 보험으로 인해 금융기관의 대량 부실이 나타나는 경로 역시 '도덕적 해이'라는 키워드로 보여준다.

경제학의 주제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 차원의 의문에 멈춰 서는 것은 아니다. 여름 내내 열심히 일한 개미는 베짱이를 과연 도와야 할지, 얼마나 도와야 할지 하는 문제에도 답하려 애쓴다. 우화에 나온 교훈에 따른다면 모두 여름에 열심히 일해야겠지만 게으르고 배짱 좋은 베짱이는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열심히 일한 개미 중에도 예상 못한 여러 변수로 겨울에 식량이 없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는 현실에서 정부와 세금이라는 간단치 않은 문제가 등장하는 지점이다. 공공경제학이 쉽지 않은 이유는 효율성이라는 개념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공평성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공평한 분배를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공평한지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실 문제를 짧고 명쾌하게 풀어내는 것 또한 경제학의 매력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존 내시는 게임이론에서 균형의 존재를 밝혀 노벨상을 받았는데, 그 논문은 제목과 자기 이름, 주석, 참고문헌까지 모두 포함해 딱 한 페이지였다고 한다. 단 한 장의 글로 게임이론에 큰 진전을 가져온 것이다.

저자는 이 게임이론을 생활 속에서 풀어내 어떻게 남녀 간 데이트 장소를 정하는지,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로 만들 것인지, 선거에서 후보자마다 선거공약이 비슷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라디오에서 '쉽게 배우는 경제원론'이란 이름으로 방송한 원고가 이 책의 토대다. 어려운 이론이라도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글쓴이는 현직 경제학과 교수인데 학생들이 직접 뽑은 '베스트 티쳐'에 선정된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 책 역시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흥미로운 강의를 듣는 것처럼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상택 지음/황금가지 펴냄

덧붙이는 글 김상택 지음/황금가지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