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원인은 비이성적인 유류세제 탓"

김동윤씨 분신 대책위 구성...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

등록 2005.09.12 12:37수정 2005.09.1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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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3일 오전 6시]

경유값 인상 등에 항의하며 지난 10일 오전 분신자살을 시도했던 화물 노동자 김동윤씨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씨는 동아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13일 0시40분경 사망했다. 김씨의 시신은 곧바로 부산의료원 영안실로 옮겨졌으며, 대책위는 논의를 거쳐 13일 오전 향후 장례절차 등을 밝힐 예정이다.

[1신 : 12일 낮 12시]

a 화물노동자들이 12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분신대책위' 기자회견장에 나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화물노동자들이 12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분신대책위' 기자회견장에 나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번 비극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비이성적인 유류세제에 있다. 정부는 많이 벌고 많이 쓰는 사람에게 그만큼 세금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기름을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야하는 간접적인 부과방식으로 편하게 세수를 확보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조장해 왔다."

'화물노동자 김동윤 조합원 분신대책위(이하 분신대책위)'가 12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밝힌 기자회견문 내용이다. 분신대책위는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는 황당한 상황인데, 우리나 경유값은 OECD 평균보다 1.86배, 일본보다 3.83배나 높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최근 10년간 경유가는 300원에서 1200원으로 4배가 폭등했지만 같은 기간 운송료는 오히려 10% 이상 하락했다"고 밝혔다. 분신대책위는 정부에 대해 재발 조치 즉각 시행과 유류가격을 인하를 촉구했다.

"경유보조금 압류된 화물노동자, 부산에서만 4천여명"


이날 기자회견에는 50여명의 화물노동자들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정부에서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김동윤씨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결같이 높은 경유가와 보조금 압류에 대한 걱정이 컸다.

화물연대 컨테이너위수탁지부 강성우 지부장은 "현재 부산에서만 김동윤 조합원처럼 경유보조금이 압류된 화물 노동자만 해도 4천여명에 이른다"면서 "정부와 부산시는 화물노동자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유에 한해 높은 부가세를 징수하는 대신에 경유보조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화물노동자들은 3~6개월 단위로 경유보조금을 지급받으며, 9월 현재 사업용 화물자동차에 대해 리터당 152원의 경유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경유보조금은 월 평균 사용량의 150%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자치단체마다 재원부족 등의 사유로 지급액에 차이가 있다.

부산시의 경우 지난 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분(390만원)을 지난 9월 6일 지급했다. 그러나 부가세 등 세금을 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보조금에 대한 압류조치를 내렸다.

"동북아 물류중심도시? 주역인 화물노동자는 죽음의 행렬"

a 김종인 화물통합노조(준) 위원장.

김종인 화물통합노조(준) 위원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과 김석준 부산시당 위원장, 최용국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종인 화물통합노조(준)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분신대책위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전광훈 민중연대 상임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최용국 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금은 죽음의 행렬이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정부와 부산시는 동북아물류중심도시 건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화물노동자들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살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준 위원장은 "김동윤 동지의 소식을 듣고 비통한 심정으로 무엇이라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김 동지는 당 발기인부터 참여해 잘 아는데, 살아서 끝까지 투쟁할 것으로 알았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단병호 의원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화물운송사업법을 개정하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2003년 5월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는 친자본적이고 자본의 천국인 나라를 만들었다"며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제3의 물류대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a 분신대책위 기자회견.

분신대책위 기자회견. ⓒ 오마이뉴스 윤성효


단병호 의원 "화물노동자 현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 12일 김동윤씨 분신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
ⓒ오마이뉴스 윤성효
부산시청 앞에서 만난 단병호 의원은 “김동윤씨 사건은 지금 화물노동자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의원은 "이번 사건은 한 사람의 현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현실과 유사하다”면서 “화물노동자들은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고, 다단계 알선 속에 저운임 구조 속에 있다”고 진단했다.

단병호 의원은 우선 이번 정기국회에서 화물노동자들의 '다단계 알선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적차량 단속의 경우 짐을 많이 싣게 하는 건 사용자들인데 그 책임에 있어서는 노동자들이 지고 있다"면서 "관련 법을 정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유보조금 지급 문제에 대해 그는 "김동윤씨와 같이 압류된 숫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확한 집계자료가 없는데, 조사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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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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