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이하·여성장애인, 성폭행 노출 심각

지난 2년 동안 15세 이하 여성과 장애인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세 이하·장애인 여성의 경우 일반 성인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폭력 사건 이후 문제 해결 과정 등에서 대응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치료프로그램 등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6세이하 여아·장애여성 성폭력 사건 눈에 띄게 늘어

12일 양형일 의원(열린우리당·광주 동구)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04년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6세이하 유아 성폭행 범죄가 2003년 22건 발생했으나 2004년에는 무려 5배가 늘어난 111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4년 '13세 이상 15세 이하' 여자 아이들의 성폭행 역시 2003년 133건에서 28.6% 증가한 171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세이하 여자 아이들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전체적으로 2003년 246건에서 360건으로 70%가까이 늘었으며, 6세이하 여아에 대한 사건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와 함께 이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2004년 살인·강도·강간·폭력범죄가 2003년 1178건보다 45% 늘어난 1712건으로 조사됐다.

또 장애여성들의 성폭력에 대한 노출 정도가 심각해 지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가 김희정 의원(한나라당·부산 연제)에게 제출한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여성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김희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 성폭력 상담소의 여성 장애인 성폭력 상담 건수는 2002년에는 4942건, 2003년 4778건, 2004년에는 8057건으로 조사됐다. 2003년 대비 2004년 상담 건수는 2배 가까이 늘었다. 상담이후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고발한 경우는 2002년 529건(상담 건수 대비 10.7%), 2003년 924건(19.3%), 2004년 1379건(17.2%)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든 성폭력이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있다"면서 "피해 여성들의 경우 피해에 대한 인지 부족 등으로 문제해결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장기적으로 여러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사례가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쉼터 부족 등 사건 발생 이후 프로그램 부재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정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상담 이후 고소·고발 건수에 비해 쉼터 등 시설에 입소한 사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7월 한 장애인 특수학교 내에서 성폭행 사실이 발생했다며 학부모 등이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장애여성 2차 성폭력도... 쉼터 시설 확충 절실"... 쉼터 전국 4곳

상담 후 쉼터 등에 입소해 생활한 것은 2002년 364건, 2003년 148건, 2004년에는 28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성격을 감안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성폭행이나 가해자의 협박 등에 노출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광주광역시에서는 이런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6월 초등학교 6학년 A양은 동네 주민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지만 장애인 성폭력 쉼터가 없어 귀가한 이후 2차 성폭력을 당했다.

A양은 지난 4월 성폭행을 당해 일반 쉼터에 입소했으나 장애 때문에 오래 생활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 3주만에 또다시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지난해 광주지역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했던 3명의 장애여성은 장애인을 위한 쉼터가 없어 타 지역 시설로 보내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마을 주민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정신지체장애 1급의 B씨(45)는 사건 이후 알코올 중독자가 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제2의 피해를 막기위한 쉼터 확충과 함께 치료회복 프로그램에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희정 의원실은 "여성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약자로 폭력에 저항하기도 힘들고 피해에 대해서 호소하기도 힘들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면서 "장애여성의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는 상담지침 개발과 지원시설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장애여성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시설은 전국적으로 4곳뿐"이라며 "시설 입소 기간도 최장 9개월이어서 피해자들이 대부분 주변 사람이란 점때문에 퇴소 후 또 다른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성폭력 피해여성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복권기금을 장애여성인들의 치료회복 프로그램 등 사업에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양형일 의원은 15세이하 아이들의 성폭력 증가에 대해 "자기방어 능력이 없는 어린 여아들이 범죄 대상이 되고 있고 특히 6세 이하 성폭력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며 "이들을 위한 제도적인 안전망 구축과 함께 사건 발생 이후 후속대책을 잘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쉼터 있지만 제반시설 열악해 입소자 받지못해"

	지난 8월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쉼터를 마련한 '광주장애인여성인권연대 장애인여성 성폭력 상담소'는 입소 희망자들이 있지만 제반 여건이 여의치않아 피해자를 받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쉼터는 어느 봉사자가 무상으로 임대해 준 공간으로 현재 2명이 생활하고 있다. 오명란 상담소 소장은 "쉼터가 생겼지만 발생하는 사건에 비하면 시설이 태부족"이라며 "폭행 피해자 대부분이 정신지체장애인인데 9개월 후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자기관리 능력이 없어서 제2의 제3의 피해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쉼터와 상담소를 운영하더라도 법률지원, 병원 진료를 도와주거나 각종 치료프로그램을 충분하게 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라며 "광주 쉼터에 입소 희망자가 있지만 제반 사정이 열악해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상담소에 따르면 광주지역에서는 지난 2003년 300여건, 2004년에는 1008건, 올 상반기에는 350여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26건이 실제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90%는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지체 장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