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기다려, 힘내자!"

나를 울린 남편의 핸드폰 문자메시지

등록 2005.09.13 15:26수정 2005.09.1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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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동갑내기이다. 올해 11월이면 꽉 차는 결혼 5년차이고, 연애를 한 기간까지 합하면 우리가 함께 지내온 시간은 십삼사년은 족히 되었다. 앞으로 몇 년만 더 지나면, 우리는 살아온 시간의 반절을 함께 보낸 게 되는 셈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이름을 부른다. 친구로 오랜 시간을 보내서이기도 하고, 우리 부부의 부부관이 '친구같은 부부'인 탓도 있다. 평생을 친구처럼 그렇게 살고 싶은 게 우리 부부의 마음이다. 그래서 서로의 핸드폰에도 우리는 "내친구"라고 저장 되어 있다.

물론, 양가 집안의 압박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시댁에서도 그렇고, 친정에서도 그렇고 호칭 바꾸기를 강력하게 원하신다. 처음엔 정말 강력하게 원하시더니, 지금은 어느 정도 포기(?)하셨나보다. 그냥 그러려니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남편은 밤에 일을 하고, 나는 낮에 일을 하다보니 그렇다. 그러다보니 대화를 할 시간이 많지 않다. 내가 쉬는 토요일, 일요일 오전에나 시간이 날까? 남편은 새벽 서너 시가 되어야 들어온다. 막상 할 말이 있어도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자니, 아침에 출근할 일이 걱정이고, 큰 맘 먹고 기다리다가도 잠이 들기 일쑤고. 그래서, 우리는 핸드폰을 많이 이용한다.

요즘엔 이것저것 요금제가 많아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한참 해도 요금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통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덧붙여 많이 사용하는 게 문자메시지이다. 간단한 말은 문자메시지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된다. 어제는 그 문자메시지로 내가 눈물까지 흘린 일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난히 힘든 날이 있다. 나에겐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특별히 일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발걸음이 많이 무거웠다. 여의도에서 대방역까지 가는 버스는 만원이라 버스 안에서 옴짝달짝 못하고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막상 대방역에 도착하니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방송이 나오는데 내용을 들어보니, 어디선가 문제가 생겨 열차가 늦어진다는 말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는데 내가 기다리는 지하철은 오지 않고, 안 그래도 늘어졌던 마음이 한없이 처지는 것이었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하철이 연착이라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오늘따라 힘이 든다는 내용으로. 바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미영아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편안하게 해줄게. 조금만 기다려. 힘내자."


a 남편이 보낸 첫번째 문자메세지

남편이 보낸 첫번째 문자메세지 ⓒ 김미영

문자메시지를 보는 순간 왈칵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난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남편은 내가 직장에 나가 힘들어하는 모습이 마음 아팠던 모양이다. 마음 속에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흘렀다. 나도 답메시지를 보냈다. 말만으로도 고맙다고. 또 다시 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더 잘할께 걱정하지 마셈. 조금 늦더라도 기다렸다가 타. 시원한 음료수도 사먹고…."

a 남편이 보낸 두번째 문자메시지

남편이 보낸 두번째 문자메시지 ⓒ 김미영

부부가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참 많이 있다. 서운한 일도 많고, 무심하게 지나치는 일도 많고. 또 싸우기도 하고. 하지만, 이런 마음 하나로 그 모든 것이 다 눈녹듯 사라지는 것 같다. 꼭 물질적인 것이 아니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로에게 힘이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말 친구같은 부부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동갑내기 남편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 힘들다고 위로받고 싶어하고, 뭐든 해주기만 바란 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무언가를 많이 해주지 못한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나도 남편도 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개인 홈페이지에도 올라갑니다.

덧붙이는 글 동갑내기 남편에게 투정도 많이 부리고, 힘들다고 위로받고 싶어하고, 뭐든 해주기만 바란 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무언가를 많이 해주지 못한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나도 남편도 서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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