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미뉴스에서 받은 특별한 추석선물

제주에는 '쉬리벤치'가 있고, 우리 집에는 '오마이벤치'가 있습니다

등록 2005.09.15 10:43수정 2005.09.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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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지 3년 만에 숙원사업 하나를 해결했습니다. 마당을 바라보는 추녀 끝 아래에 툇마루를 달아 맨 것입니다. 사실 우리 집의 가장 큰 취약점은 땅 모양이 길쭉한 직사각형이라 마당 끝 한 귀퉁이에 집이 앉혀졌다는 것입니다.


▲ 어때요. 우리 툇마루 근사하지요?
ⓒ 조명자
당연히 마루에서는 마당을 바라 볼 수가 없습니다. 앞마당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예쁜 꽃밭을 보려 해도 문 밖으로 나와야 가능했고, 잔디밭을 희롱하는 봄비가 좋아 차 한 잔에 빗소리를 가두고 싶어도 처량한 처마 밑 나들이를 해야 했습니다.

마음은 굴뚝 같았어도 툇마루 마련은 그리 쉽지 않았지요. 생활하는 데 불편을 주는 시급한 상황도 아니었고, 풍류 즐기자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손대는 것은 사치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소원하던 툇마루가 꿈결처럼 내 곁에 다가왔답니다.

형편이 좋아졌느냐고요? 복권이라도 맞았느냐고요? 아이구, 내 복에 무슨…. 사실은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원고료로 눈 딱 감고 일을 저질러 버린 거지요. 완성된 툇마루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니 행복지수 최고입니다.

a 미송향기가 환상적인 우리 툇마루

미송향기가 환상적인 우리 툇마루 ⓒ 조명자

미송 향기가 좋아 말 그대로 '향기 나는 집'이 되어버렸네요.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시답지 않은 촌 아낙의 글을 읽어주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인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다니. 이태리 대리석에 금박 치장을 한 호화주택을 절대로 부럽지 않게 만들어 준 툇마루에서 좋은 벗들을 불러 모으렵니다.

감자, 고구마 삶아 소쿠리에 한가득 담고 이웃집 할머니들 오시라 하면 정말 좋아하실걸요. 아주 가난하게 사는 스리랑카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최고라지요? 다큐 프로그램에서 가끔 보는 히말라야 오지 사람들의 평화로운 미소를 보며 행복의 근원은 어디에서 오는지 자문한 적도 있었는데.


행복은 이렇게 하찮은 것에서 오네요. 제주에는 쉬리벤치가 있지만 우리집에는 '오마이 벤치'가 있습니다. 한 번 와보시고 싶다고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따끈한 차 한 잔 대접 못해 드릴랍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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