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의 뿌리가 있는 곳, 내 처갓집 동네

심청전의 뿌리, 곡성군 오산면의 원홍장 이야기

등록 2005.09.20 23:39수정 2005.09.22 17:56
0
원고료로 응원
나의 처갓집은 군이름 그대로 '골짝마을'로 유명한 곡성의 오산면이다. 오산면은 곡성의 남부에 치우쳐 있어 경제권은 거의 광주에 가깝다. 백아산을 경계로 해서 화순의 북면과 경계를 이루며 광주에서 순천 간의 호남고속도로가 오산면의 외곽을 달린다. 그러니 교통이 무척 편리하다. 처갓집 마을에서 광주의 도심지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내가 장가를 들 때만 해도 교통이 좋지를 않았다. 1985년 당시에 결혼을 하면서 처갓집을 처음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광주에서 곡성의 옥과읍으로 가서 오산행 버스를 갈아 탔는데 고물버스가 털털거리며 산골짜기의 비포장도로를 헐떡거리며 거의 기어 갔었다. 앞으로 처갓집 다닐 일이 고생깨나 되겠구나 생각하며 상당히 무거운 마음으로 갔었다. 그런데 이제는 교통도 좋고 장인, 장모님이 잘 해 주셔서 처갓집에 뻔질나게 다니며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을 가져다 먹고 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내 처갓집이 있는 곡성군 오산면이 고전소설과 판소리로 널리 알려진 심청가의 무대이자 주인공 심청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학교에서 심청전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 배경이 어느 곳인지는 알지 못했다. 당연히 심청이 살았던 곳은 바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심청전에 용왕, 인당수, 뱃사람 등 바다와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청이 태어난 곳은 중국과 거리가 가까운 서해 바닷가가 아닐까 상상해 왔다.

그렇다 보니, 바다와는 먼 내륙 지방인 곡성이 심청의 고향이라니 얼른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실은 서기 300년경 당시에만 해도 섬진강의 수량이 풍부해서 강을 따라 배가 내륙 깊숙이에 있는 곡성까지 들어왔다는 것이다.

a 심청문화센터

심청문화센터 ⓒ 조갑환

곡성군에서 말하는 바로는, 심청전은 곡성군 오산면에 위치한 관음사의 연기설화가 그 뿌리라고 한다.

맹인 원랑이라는 사람이 곡성현에 살았는데 일찍이 아내가 죽고 홍장이라는 딸과 둘이서 살고 있었다. 어느날 공덕을 쌓으면 눈을 뜰 수 있다는 스님의 말을 듣고 외딸 홍장을 시주했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의 진나라 황제는 황후가 죽고 난 후 외로움에 젖어 있던 중 꿈을 꾸었는데 동국의 소량포에 가면 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꿈이어서 신하를 동국의 소량포에 보내어 홍장을 데려와 황후로 삼았다는 것이다. 홍장은 황후가 되었지만 고국에 있는 아버지를 잊지 못하여 관음상을 만들어 바다 건너 동국으로 보내 고향에 있는 성덕산에 안치하고 관음사를 창건했다는 설화다.

홍장의 이야기가 이웃 남원의 판소리 문화의 발전에 따라 심청전으로 자연스레 변화했다는 것이다. 남원에서는 곡성의 원홍장 이야기를 심청가로 변화시켜서 판소리로 불러왔고 지금의 심청가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9월 10일, 추석 앞에 처갓집을 찾았다. 호남고속도로에서 옥과 나들목으로 들어서 오산면 소재지로 들어가는 국도 15호선을 탔다. 길 양편으로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피어있어 여유로움이 한껏 깃든 한적한 2차선 도로다.

화순 북면으로 빠지는 15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길 옆에 '효'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공원에는 당시 심청이 타던 배와 뱃사람, 심청전 배역인물들을 장승으로 만든 조형물 23기와 심청효행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곡성 오산면이 심청의 고향, 효의 본고장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a 심청공원

심청공원 ⓒ 조갑환

아내가 다녔던, 지금은 폐교된 오산면 성산초등학교에는 '심청문화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 문화센터는 현대의 희미해져가는 효의 위상과 의미를 재정립하겠다는 목적에서 지어졌다. 이곳에는 문화체험센터숙박시설, 야외놀이공원, 전통문화전수관 등이 있어 관광객들이 놀이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를 자연스레 익히고 현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계절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아내는 이 문화센터를 보자 옛날 초등학교 시절이 무척 생각나나보다.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 얘기들을 옆에서 참새처럼 재잘거렸다. 학교는 40년 전 그대로이고 들과 마을도 변하지 않아서 지금이라도 친구들을 부르면 금방 뛰어 나올 것만 같다는 것이다.

a 불타지 않고 남아있는 관음사의 별채

불타지 않고 남아있는 관음사의 별채 ⓒ 조갑환

국도에서 관음사로 들어가는 방향으로 접어 들었다. 백아산 줄기의 골짜기를 따라 5km 정도 들어갔다. 관음사에 들어서니 인기척이라고는 없이 고즈넉하다. 몇 분의 학승이 TV를 보느라고 사람이 왔는지 어떻는지 관심도 없다.

관음사는 백제 분서왕 3년(서기 300년)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백아산과 관음사는 6ㆍ25 당시 '공비'들과 국군과의 격전이 있었던 곳이다. 이곳은 소설 <남부군>의 초기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당시 유물들이 많이 타버렸다. 관음사의 건물 8채 중 3채만이 타지 않고 남아 있고, 대웅전 및 주요 건물들은 전부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들이다.

아내의 고향 곡성군 오산면에 가면 심청의 얼을 느낄 수 있다. 심청의 원형, 원홍장 처녀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석에 뱃사람들에게 팔려갔던 아름다운 이야기의 무대이다.

덧붙이는 글 | '내 고향 명소'에 응모합니다.

덧붙이는 글 '내 고향 명소'에 응모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3. 3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영상] 가을에 갑자기 피어난 벚꽃... 대체 무슨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