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운정 신도시 조감도.파주 운정 신도시 홈페이지
건교부와 대한주택공사가 경기도 파주 운정 지구에 택지 23만평을 9월 말이나 10월 초에 수의계약방식으로 D, S사 등 건설회사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8·31 부동산 대책 가운데 공공택지 내에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도입한다는 정부의 방침과 배치되는 결정으로 공공택지 수의계약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사에 주는 이중 특혜
파주 운정 신도시의 사업자는 주공과 파주시로 총 285만평에 4만6256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단계로 142만 평에 공동주택 2만 3273호(총 주택수는 2만 4248호) 공급이 확정됐다.
문제는 주공이 사업지구내 공공주택용지 40만평의 57%에 이르는 23만평에 1만호를 지을 수 있는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게 수의계약방식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D, S, W사 등 20개 회사가 14만평의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의계약은 경쟁입찰 없이 공공택지를 사업자에게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공공 택지는 확보만 하면 수백억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건설사에 되팔 수 있기 때문에 '로또 택지'라고 불리고 있다.
일례로 최근 경기도 화성 동탄 신도시에서 공공택지 3-5블럭(39-62평 727세대)을 공급받은 명신이라는 건설사가 대우건설과 서해종합건설에 이중으로 택지를 전매했다가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명신은 대우건설에 400억 확정이익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운 바 있다. 즉, 운 좋게 공공 택지를 분양 받아 건설사에 되팔면 400억 원을 앉아서 버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로또 택지 경쟁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 택지를 경쟁 없이 넘겨 받는 것은 수백억원의 이익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1년 7월 개정된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택건설사업자가 공고일 현재 예정지구안에서 소유(그 공고일 현재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한 계약이 체결되고 있고, 당해 예정지구에 대한 개발계획의 승인 전까지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는 토지는 협의양도 시점에 주택건설사업자에게 건설교통령이 정하는 면적 범위 안에서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령은 건설사가 예정 지구 안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경쟁입찰 없이 택지를 사실상 거저로 공급해 주겠다는 특혜로, 건설사들에게 개발 예정지 안에 땅을 마구잡이로 사도록 유도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공공택지 수의계약제도는 감사원에서도 개선을 권고받은 바 있으며, 2004년 국정감사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더욱이 공공택지를 싼 값에 공급 받으면서 분양가는 자율로 결정하기 때문에 분양가를 높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결국 정부는 8·31부동산 대책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택지 내에서는 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택을 건설하여 분양, 임대하는 주택공영개발 방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등이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공택지가 민간건설업체로 2단계를 거쳐 공급되면서 분양가가 폭등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한 제도가 바로 주택공영개발인 셈이다.
주공 "아직 확정 된 바 없지만…"
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에서 주택공급의 공공성 확대라는 부분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수의계약 부분을 손질하지 않는 것을 두고 건교부와 대한주택공사가 건설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 신도시개발처 관계자는 "10월 초에 운정 지구 1단계 개발 지구 택지에 대해 민간건설업체와 수의계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수의계약이 8·31부동산 대책의 공영개발 취지에는 맞지 않지만, 택촉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민간건설업체들에게 공공택지를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건설업체들이 투자한 비용도 있고 개발이 확정됐기 때문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같은 곳에 민원을 제기하면 건설업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면서, "파주 운정의 경우 원가 연동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공공택지가 민간건설사에 넘어가도 분양가 높아지는 문제는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실련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김성달 간사는 "8·31 부동산 대책에서 토지와 주택의 공공성 회복이 강조했는데도 공공택지의 수의계약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투기 부작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수의계약제도를 전면개정해서 공공택지 내외 지역에 대한 건설업체들의 사전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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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파주 운정 23만평 사실상 거저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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