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이 아니고 수세미꽃입니다.한명라
성묘를 가는 길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담장 위의 풍경이 정겹습니다. 담장 저편의 마당에 피어 있는 장미꽃들이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과 오랜만에 보는 수세미 넝쿨이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올라 간 모습은 전형적인 고향의 풍경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번 추석은 가족들과 어울려 별 탈 없이 잘 보냈습니다.
어머님은 살아생전 모든 일에 있어서 철저한 준비와 꼼꼼한 살림솜씨를 자랑하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런 어머님께서는 애써 두 며느리를 믿으시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불안한 마음도 숨기지 않으시고는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두 며느리들은 벌써 두 번의 추석 아침과 설날 아침을 보냈고, 두 번의 어머님 제사도 지냈습니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에 맞았던 첫 번째 추석 때, 형님과 저는 처음으로 차례상을 준비하면서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어머님께서도 저희들보다 더 마음을 졸이면서 두 며느리들을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요즘 나름대로 명절맞이에 익숙해지면서 '나 혼자보다는 형님과 둘이서 힘을 합하여 명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구나'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아마 어머님께서도 두 며느리들이 오손 도손 모여 앉아 명절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 이제 너희들은 마음을 놓아도 되겠구나' 하시면서 빙그레 웃으실 것 같은, 그런 마음 뿌듯한 추석을 보내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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