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MBC
아무튼, 호칭에 예민한 나. '인영아' '기준아' 부르는 그 소리가 너무도 정겨워서 '어여쁜 당신'을 쭈욱 편애하다가 옆의 채널 '금순이'가 애 데리고 시집을 가네 마네가 세간에 화제이기에 한번 봤다.
시부모님은 손자를 줄 수 없다, 금순이는 애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 두 쪽 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실의와 낙담에 빠진 금순에게 신랑 될 '재희'가 전화를 하자 금순이 울먹이면서 말하기를.
"아저씨…."
못 들어주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흔한 '오빠'도 아니고 '아저씨'가 뭐냐고요? 잘은 몰라도 극중 '재희'는 삼십대 초반인 걸로 안다. 그리고 금순과의 나이 차이도 젊은이들이 오빠라고 부르는 그 수준밖에 차이 안 나는 걸로 아는데….
나는 극중의 재희 엄마도 아니고 뭐도 아니지만 금순이 '아저씨, 아저씨' 할 때마다 뭔가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은 것처럼 가슴이 갑갑하였다.
한편, 지난 추석날 '웨딩'이라는 미니시리즈의 재방송을 보다가 또 한번 호칭 때문에 놀랐다.
극중 세나(장나라 분)는 승우(류시원 분)에게 '세나씨'라고 부르지 말고 '세나야'라고 불러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닌가. '세나야'라고 부르면 그들 사이에 있는 거리감이 좁혀지고 더 가까워질 것 같다면서. 만약 승우가 '세나야'라고 한다면 금세라도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다행이' 승우는 나중에, 나중에 그렇게 하겠다며 미루었는데 앞으로 '세나야'라고 할까봐 걱정(?)이다. 왜냐하면 '어여쁜 당신'에서 부부(지금은 극 중에서 헤어졌지만)가 서로를 호칭함에 있어 '기준아, 인영아'하는 것이 듣기 좋았듯이 '웨딩'에서 '세나씨, 승우씨' 하는 것 또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좋았다.
연인 사이의 호칭이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자연스레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아저씨'는 너무했다. 그리고 내내 평등한 호칭으로 가다가 결정적인 순간(우리 사귀자, 혹은 결혼 등) 남성이 상대 여성에게 말을 놓음과 동시에 오빠로 둔갑하고 마는 것은 암만해도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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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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