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빨리 와!경문사
또한 콩나물 값 계산만 잘하고 술값 계산만 잘하면 수학 다했다고 믿는 많은 어른들이 수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귀결입니다. 수학이나 산수나 수를 기본으로 하니까 계산을 잘한다는 것이 수학 공부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계산 잘한다고 수학 잘한다’라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재봉틀 잘 돌리므로 훌륭한 디자이너’이고 ‘목탁 잘 두드리니 부처님’이란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기초연산을 해결할 수 있도록 분수나 백분율, 구구단, 사칙연산(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을 공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현대는 그러한 지식을 더욱 많이 요구합니다. 그러나 계산문제를 과도하게 다루다 보니 본말이 전도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계산과정을 무조건 강조함으로써 수학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하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4/13과 5/17의 합이 9/30이 되어 (9-8)/(30-8)로 계산하여 1/22으로 계산하지만 않는다면 계산은 다소 틀려도 괜찮다는 말입니다. 그게 인간적이 아닌가요? 사람이 어떻게 컴퓨터 마냥 딱딱 맞출 수 있단 말입니까? 계산기는 계산을 잘하니까 계산은 하청업체에 물건 맡기듯 컴퓨터에게 맡기면 됩니다. 계산 잘하는 컴퓨터도 1/3 곱하기 3과 같은 문제는 대단히 어려워하고 자주 틀리니까 똑똑한 우리가 잘못을 방지하는 의미에서 푸는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산능력처럼 엄격한 훈련에 의해 습득되는 기술들은 실제로 수학적 사고력의 향상에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계산이 곧 수학이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어느 대 수학자가 어린 학생들 앞에서 수학에 대해 강의를 하다가 7에다 9를 곱할 일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7×9가 생각나지 않아 학생들에게 값이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장난삼아 ‘61’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61’하고 칠판에 적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놀린다고 ‘아녀요 69예요’라고 대답하자 그 수학자는 답이 어떻게 두 개가 될 수 있느냐 면서 생각에 잠기더니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7곱하기 10은 70이니 70보다는 작을 것이나 61과 67은 소수이니까 답이 될 수가 없고, 홀수 곱하기 홀수는 홀수이므로 62, 64, 66, 68도 아니고 65는 5의 배수이므로 답이 아니고 69는 너무 크므로 답이 아니고 63만 남으니 63이 답이야’면서 칠판의 숫자를 정정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한 대학교수가 세계의 수학을 움직이는 프린스톤 대학의 고등연구소에서 실시된 수학논문 발표회에 참석하였다. 논문 발표내용에 이차방정식의 답이 필요하자 발표자는 우리 나라 중학생들도 잘 아는 ‘근의 공식’에 대입하지 않고 일일이 귀찮은 완전 제곱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습니다. 이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그가 발표가 끝난 후에 개인적으로 물어 보았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이차방정식의 답을 구하는데 간단한 근의 공식에 대입하지 않고 왜 일일이 완전제곱의 방식으로 푸시나요?”
그러자 그 교수가 대답하기를 “아니, 그 어려운 공식을 어떻게 외우는가?”하고 도리어 묻더라고. 외워서 하는 수학공부는 곧 한계에 도달합니다. 의미도 잘 모른 채 외운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계수의 범위를 조금만 변화하면 난관에 부딪힙니다. 우리는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 수학공부에서 그걸 놓치고 있습니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대학의 입학시험에 다음과 같은 수학문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다. 그 때 독배에서 날아간 독이 대기권에 떠돌다가 지금 여러분이 아침에 마신 찻잔에 내려앉을 확률을 구하여라.”
이 문제를 보고 그때 느낀 소감은 ‘우리 나라에서 이러한 문제를 내었다가 쫓겨나지 않을 확률을 구하라’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인의 책 <수학하고 한번 놀아봐>의 내용을 수정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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