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건교위 국감장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그는 "언론 뒤에 건설사가 있다"는 발언에 동의해 한나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건설사와 언론이 8.31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을까.
22일 건교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의 "8.31 부동산 대책에 언론사 보도가 영향을 줄 수 있고, 그 언론사 뒤에는 건설사가 있다"는 발언에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 동의한 것을 두고, 추 장관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강래 의원은 "8.31 부동산 정책이 왜곡된다면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언론보도가 될 수 있다"라면서 "그 이유는 언론 뒤에는 건설회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건설회사가 가장 많이 광고를 대고 있는 만큼 언론을 잘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대해 추병직 장관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선교 의원은 "이강래 의원과 추병직 장관은 언론이 부동산 시장을 비정상적으로 부추기고 있고, 그 뒤에 건설사가 있다 보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추병직 장관은 "언론사의 많은 광고가 건설업에서 제공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그런(건설업계의 영향을 받는) 부분도 있다"고 발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국감이 마무리 될 시점인 밤 9시 30분께 이 발언이 나오자, 건교부 기자실은 곧 술렁이기 시작했다.
논란이 되자 이강래 의원은 4층 국정감사장에서 1층 기자실로 내려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배경 설명에 나섰다.
"2003년 12.29 대책 발표 당시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2004년 봄이 되자 주택가격 폭등한 사실은 어디로 가버리고, 건설 경기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로 갔고, 언론사가 앞장서 보도했다. 그러면서 발표된 것이 2004년 7월 2일 당정협의를 통해 발표된 건설 경기 연착륙 방안이다. 그 전철을 밟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발언을 한 것이다.
8.31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이번에도 내년 봄쯤 되면 부동산 투기는 어디로 가고, 여기저기 건설경기에 살리자는 주장이 언론에서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불쑥 언론의 주요한 광고주가 건설업자라고 말한 것이다. 과거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야기 한 것이고 추 장관도 그런 뜻으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언론사 뒤에 건설사가 있다"는 발언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추가 질의 과정에서 한나라당 간사 김병호 의원과 추병직 장관의 공방이 이어졌다.
김병호 "그럼 언론이 업체의 조종을 받는다는 의미냐."
추병직 "건설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병호 "발언을 취소할 수도 있지 않느냐. 언론이 업계의 로비를 받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해라."
추병직 "발언을 취소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사례를 찾으라고 하니까, 곤혹스럽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김병호 "장관 말은 언론 뒤에서 건설업계가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데, 그 말에 책임을 져라."
"소신 있네"와 건교부 장관의 해명
이후 이강래 의원은 다시 추가 질의를 통해 발언의 진위를 설명하면서 "한선교 의원과 김병호 의원은 오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한선교 의원은 "그런 뜻이었다면 이해한다"면서, "장관이 소신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일부 언론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이자 추병직 장관은 이날 국감 종료 직전 발언을 통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건설경기 동향에 따라 언론 보도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일 뿐 부동산 기사 뒤에 로비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날 건교위 국감에서 8.31일 대책을 두고 한나라당은 '세금 폭탄론'을 제기하면서 대책에 문제점을 지적했고, 열린우리당은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전체 국민의 1.6%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한편 민언련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5개 일간지의 부동산광고 면적을 샘플로 잡아 분석한 결과, 광고 면적이 조선 22.7%, 동아 22.1%, 중앙 21.9%로 나타난 반면, 경향 8.5%, 한겨레 6.8%에 비해 3-4배 가량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8.31대책을 전후로 세금폭탄론과 서민 피해를 강조하면서 부동산 대책의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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