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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의 최남단 오지이며 산 면적이 면 전체 넓이의 86.5%나 차지한다는 증산. 시루봉(甑峰)의 이름이 어원이 된 그 곳 증산면 증산초등학교에서 가을체육발표회가 열렸습니다.
내빈이래야 면장님을 비롯한 시의원님, 파출소장님 그리고 농협장님 등이 전부라지만 그래도 청암사 비구니 스님들을 포함한 면민 전체가 하나 된 풍성한 가을축제의 한마당이었습니다.
일제시대의 잔재라 하여 운동회란 명칭이 사라진 지도 벌써 몇 해가 지났건만 그러나 아직도 시골 촌부에겐 체육발표회란 말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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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체육발표회 현수막 ⓒ 장동언
몇 년이나 되었을까. 증산초등학교의 그 많은 체육대회를 묵묵히 지켜보았을 은행나무, 그 한 곁에서는 오늘도 체육발표회가 즐겁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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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육발표회장 내빈석 정경 ⓒ 장동언
내빈석에 앉아있는 면장님 앞에 입상자에게 줄 상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전 날 상품으로는 노트와 연필 그리고 크레파스가 전부였는데 지금은 세수비누에 휴지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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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상자에게 줄 상품들 ⓒ 장동언
개선문 뒤에서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리는 아이들, 오늘 같은 날엔 체육복을 입어야 제격이겠지만, 그러나 함께 맞춘 티셔츠에 허름한 바지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은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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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선문을 앞에 두고 ⓒ 장동언
내빈석을 가득 채운 비구니 스님들. 불경을 외던 그들의 입가에도 오늘은 마냥 환한 웃음이 넘쳐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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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니 스님들의 즐거운 표정 ⓒ 장동언
유치원생의 달리기 경주. 가슴에 풍선을 한 아름 안고 뒤질세라 이를 악물고 달리는 모습들이 귀엽고 예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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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원생 달리기 경기 ⓒ 장동언
몇 주 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동작들을 발표하는 날인데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고. 그러나 다행히 비는 그쳐 아이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추는 폴란드 전통춤을 수월하게 흉내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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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민속춤 ⓒ 장동언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어머니도 스님도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다 보니 어느 사이 모두 다 전 날의 어린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청백이 나뉘어 경기를 하던 체육대회도 먼 옛날의 얘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따라서 경기라기보다는 참여에 더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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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님과 어머니도 함께 참여하고 ⓒ 장동언
오늘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마라톤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뒤섞여 운동장을 빠져나가고 다시 평촌리 입구를 돌아오는, 해설을 하시는 선생님은 참가한 어린이들이 마라토너 황영조와 이봉주 선수를 키워낸 정봉수 감독의 후예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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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 경기 ⓒ 장동언
2005년 증산초등학교 체육발표회가 순조롭게 끝이 났습니다. 모두 선수고 모두가 팀의 일원인 관계로 응원가도 없는 소박한 체육발표회였다지만 운동장 한 곁 묵묵히 서있는 은행나무는 기억할 것입니다.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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