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는 영재로 태어난다>랜덤하우스중앙
24~25일 양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는 '제 21회 해외유학-어학연수 박람회'가 개최된다.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등 20개국 500여 개 학교 및 관련업체가 조기 유학 편입준비과정, 영어 캠프, 유학대비 집중영어 클래스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기 유학 편입준비과정'.
이건 어떤가? 추석과 9월을 넘어서면서 이젠 완연한 가을 날씨, 오랜만에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한데 나들이를 겸해 공부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말이 들린다. 그리고 이번 주말부터 자녀와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 행사들이 소개되고 있다. 에듀테인먼트라니? 말 그대로 놀면서 공부할 수도 있다는 신조어인가 본데 공부를 뜻하는 '에듀'가 앞에 놓인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동네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이 사라졌고,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이 혼재 되기 시작, 영재교육 붐이 일어나면서 너도 나도 우리 아이들을 영재로 만들겠다는 풍조가 만연되기에 이르렀다.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이 엄연히 다름을 논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그러기에는 교육학 전문가도 아닐 뿐더러 너무나 막막한 현실 탓에 이 자리에서는 일단 논외로 하자.
열린 교육을 실현한답시고 교실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이른바 '열린 교실'을 만들어 수백억의 국민혈세를 낭비하던 해프닝을 벌인, 불과 몇 해 전의 교육인적자원부 등 기본조차 못 갖춘 지도층 아래 당연히 영재교육을 위한 제도적, 교육적 장치가 전무한 현 상황에서 하이에나보다 못한 발 빠른 영리단체들이 냅다 세운 학원에선 말뿐인 영재교육으로 우리의 아이들, 될 성 싶은 영재들이 떡잎부터 시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가온 평범한 한 아이 유근이에 대해 그의 아비 송수진씨가 풀어내는 자녀 교육 방법은 너무나 당연한 것임에도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유근이가 어째서 평범하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 책을 통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대한민국 자녀교육 풍토에 길들여져 있는, 혹은 그러한 풍토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한 우리 부모들에게 송수진씨의 교육방법이 지극히 평범한 바른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하다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그럼으로 해서 유근이 또한 특별한 영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만을 탓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모순이고, 비약일까? 아니길 빌고 싶다.
유근이 아빠이자, 저자인 송수진씨는 말한다.
"책에 나오는 교육학자들의 이론만으로, 성공한 부모들의 육아법과 학습법만으로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 교육학자나 성공한 부모는 내 아이를 모른다. 환자를 모르는데 어떤 명의가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조기교육의 환상을 버리고 내 아이만의 적기를 찾아서 적기교육을 해야 한다. 언제가 적기인가는 부모만이 알 수 있다."
송수진씨의 자녀교육은 바로 이를 염두 해둔 지극히 평범한 두 가지 방법을 통해서 이뤄졌다. 첫째는 아이가 교육받기에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판단하여 시작하는 '적기 교육'이고, 둘째는 적기 교육을 위해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리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구체적으로 교육 비법, 즉 스스로 공부하게 하고, 잊기 전에 복습을 시키고, 놀면서 터득하게 하라는 등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 만의 영재 교육 비법 10가지를 소개한다.
거듭 말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평범한 아이 유근이가 지극히 평범한 자녀 교육을 통해 영재 소년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영재의 싹을 안고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을 획일화된 제도교육과 잘못된 교육풍토 속에 얽매이게 함으로써 결국 그 싹을 제대로 틔워 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새삼 맞닥뜨릴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영재의 싹을 발견하여 그 싹이 제대로 클 수 있는 적기를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함으로써 비로소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 모두가 유근이와 같은 영재가 될 수 있었고, 우리의 아이들도 유근이와 같은 영재를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99%의 노력이 있지 않은가라고 하기에는 유근이가 갖고 있는, 에디슨과 같은 1%의 천재성을 염두 해 두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대중 매체와 네티즌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유근이도 있을 수 없었다는 우리의 암울한 현실이 여전히, 그리고 너무나 만만치가 않다는 것.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원에 보낸다는 어느 엄마의 푸념 어린 인터뷰가 잠시 머리를 스친다. 어른이 메기에도 벅찬 커다란 가방을 들쳐 맨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면 태산과도 같던 우리 아버지들의 등이 점점 왜소하게 느껴졌을 때, 그 아버지의 짐이 우리 아이들의 커다란 책가방으로 옮겨간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 제2, 제3의 유근이를 키울 우리 부모들에게 이 현실이라는 큰 짐을 새삼 확인시켜 드려 죄송하지만 딴에는 이 한 권의 책이 그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랜덤하우스중앙 / 9800원)
[자기계발] <성공하는 사람들의 8번째 습관> - 스티븐 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