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는 정말로 책을 더 사랑했을까?

[이주의 오마이북] 9월 다섯째 주, 이 책을 주목하자

등록 2005.09.30 08:48수정 2005.10.0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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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 존 맥스웰 해밀턴

a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 ⓒ 열린책들

9월의 마지막 주, 이젠 제법 쌀쌀한 가을 날씨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며, 연인들은 사랑을 하고 외로운 이는 스산한 날씨를 벗삼아 책을 읽는, 누가 뭐라 한들 어찌 했던지 간에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 것이다. 다가오는 10월을 맞으며 이러한 독서의 계절을 자축하듯 출판계에서는 다채로운 출판 행사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먼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홍대 앞 주차장 거리, 걷고 싶은 거리, 마포평생학습관 등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은 출판사와 작가, 공공기관과 문화단체,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모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벌이는 종합 책문화 축제로 ‘문화의 거리 홍대’ 라는 지역적 특성을 십분 발휘한 야외 공간과 까페, 갤러리, 클럽과 같은 실내 공간에서 책과 함께 소개할 수 있는 모든 문화 행사들이 펼쳐질 예정이다.

그리고 9월 30일 같은 날 파주 출판 도시에서는 ‘2005 파주 어린이 책잔치’가 ‘출판도시에서 놀며 배워요’라는 주제로 10월 9일까지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출판도시 140여 개의 출판사 및 관련업체에서 ‘오픈하우스’ 형태로 직접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특히 어린이 책 축제인 만큼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참석할 수 있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행사가 풍부하다.

이 밖에 역시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부천시청, 복사골 문화센터 등 부천시 일원에서는 제8회 부천국제만화축제와 제7차 세계만화가대회가 동시에 열릴 뿐만 아니라 성석제, 김영하, 은희경, 하성란, 윤대녕, 한강씨가 참가하여 10월 1일, 8일, 15일 오후 2시 교보문고 강남점 문화 이벤트홀에서 세 차례에 걸친 문학 낭독회가 개최되는 등 10월은 말 그대로 책을 위한 문화 행사의 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뭔가 빠진 듯 개운치 못한 이 느낌은 무엇일까? 주객이 전도된 듯한, 정작 주인공이어야 할 책이 문화행사라는 미명 아래 조용히 파묻힌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지나친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인의 취미였던 ‘독서’가 이젠 점차 게임과 컴퓨터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고, 점차 위축되어 가는 출판시장을 안타깝게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는 있는 현실 속에서 시나브로 쌓이고 있다 고개를 내민 결코 가볍지도, 달갑지도 않은 기우라 하겠다.


이런 와중에 책의 소중함과 그 존재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두 권의 책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기 그지없다.

먼저 세계적인 서지학자 윌리엄 블레이즈가 장서 관리의 중요성을 논한 <책의 적>은 125년 만의 초역 소개란 점만으로도 너무나 반가운 책이다. 하지만 문헌 정보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는 그 평이성을 떠나 다소 낯선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책 <카사노바는 책을 더 사랑했다>가 있다. 가십성 제목과는 달리 다소 거창한 부제인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를 번갈아 보는 순간, 눈치 빠른 독자 분들은 책장을 넘기기에 앞서 이미 이 책의 성격을 충분히 알 수 있으리라.

책의 역사와 함께 책의 집필, 출판, 판매, 수집, 보관 등 책에 관한 모든 것을 제목 만큼이나 흥미롭고, 때론 예기치 못한 해학성을 듬뿍 머금은 채 담아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순간 당황스럽게까지 만드는 이 책은 작가, 편집자와 같은 출판 관련 종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책을 사랑하는 모든 애서가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제목에서처럼 카사노바는 정말로 책을 사랑했는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도둑맞는 책은 무엇인지, 서평이 과연 책의 판매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등 스치듯 지나쳤지만 너무나 궁금했던, 바로 책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책책책, 책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이 가을, 사랑에 목마른 당신이여~ 당신의 사랑 크리스티나는 책 속에 있나니 어디 한번 카사노바보다 더한 사랑을 해 보고 싶지 않은가? 최소한 이번 주말 만큼은 그 사랑, 홍대와 파주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족 한 꼭지!
B급 좌파 김규항씨는 “역사에 밝고 시사에 어두운 사람은 허화하다. 시사에 밝고 역사에 어두운 사람은 경박하다”고 했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니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역사에도 시사에도 어두울 수밖에 없으니 결국 허화하고 경박한 사람이다”. (열린책들 / 1만 8천원)

[인문] 책의 적 – 윌리엄 블레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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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적> ⓒ 서해문집

윌리엄 블레이즈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세계 출판의 역사를 논할 때에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그는 책에 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서지학의 기초를 닦은 서지학자로 명성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계급을 위해 ‘도서관협회’를 설립한 독서운동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1880년 출간한 책으로 출간된 지 125년 만에 새삼스럽게 소개되는 만큼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는 책에 대한 애정은 100여 년의 시 공간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넘어 경외스럽기까지 한 감동을 안겨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책을 망가뜨리는 모든 ‘책의 적’들인 불과 물, 가스와 열기를 비롯해서 먹잇감으로 삼는 좀과 쥐, 아울러 책을 난도질하는 제책사들과 무지와 편견을 가지고 책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들 등을 거론하면서 책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관심과 사전대비 그리고 책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책에 대한 소유욕을 애정으로 착각하는 자칭 애서가들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자신의 장서가 망가질까봐 꽁꽁 숨겨두는, 지나친 기우에 휩싸인 소장자들도 ‘책의 적’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인 문화이고, 문화는 곧 나누는 것’임을 새삼 일깨워 줌으로써 책을 취미가 아닌 의무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자칭 애서가들을 위한 필독서. (서해문집 / 9800원)

[역사]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김응종

a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푸른역사

초야권이라는 말에 혹하실 분들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일독하시길 권하고 싶다. 야사와 잡설로 점철되는 흥미 위주의 일부 역사서들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서양사의 대표적인 12가지 사건들을 가려 뽑아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진실된 역사를 단면들을 밝혀주고 있다.

한마디로 진지하고 심오한 서양사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자칫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게 느껴질 수 있으나 기존에 상식과 정설로써 받아들여 왔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되짚어 간다. 즉,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서양사 읽기로써 여기에 바로 이 책의 묘미가 있다.

우리가 배운 칼뱅은 부패한 종교를 개혁한 위대한 종교 개혁가로, 신을 중심에 놓고 인간을 억압했던 중세는 암흑기로, 프랑스 혁명, 영국 혁명, 러시아 혁명은 역사의 진보를 가져온 의미 있는 사건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지만 지금 언급한 서양사의 새로운 사실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18은 광주 민주화 운동이지, 더 이상 광주 사태가 아닌 것처럼…. (푸른역사 / 1만 5천원)

[경제] 브랜드 창조의 법칙 – 알 리스, 로라 리스

a <브랜드 창조의 법칙>

<브랜드 창조의 법칙> ⓒ 넥서스BiZ

마케팅 분야에 있어서 필독서라고 할 수 있는 <포지셔닝> <마케팅 불변의 법칙> 등 잭 트라우트와 함께 무수한 베스트셀러를 펴낸 세계적인 마케팅 전문가 알 리스가 새로운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역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딸 로라 리스와 제시하는 브랜드 진화 전략서.

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이 책을 통해 브랜드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며,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는 통합이 아닌 분화를 통해 창조된다고 역설한다. 앗, 이것은 어디서 많이 듣던 내용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다.

즉,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 대해 말한 것과 같이 브랜드와 제품의 세계에도 역시 ‘적자생존’과 ‘분화’와 같은 진화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하면서 진화론에 입각한 브랜드 창조 및 발전의 원리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브랜드 창조의 법칙을 통해 알 리스와 로라 리스 부녀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제기한 한국과 한국기업에 대한 도발적인 문제는 반드시 필독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것은 바로 2005년 소니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전자 제품 브랜드로 올라선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성장이 눈부시지만, 모든 제품에 소니의 브랜드를 붙이고자 한 확장 위주의 정책을 펼쳤던 20년 전의 일본 소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제 2의 일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불쾌하지만 감내하고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 (넥서스BIZ / 1만 8천원)

[문학]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 김훈 외

a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2005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품집> ⓒ 랜덤하우스중앙

2005년 제5회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 출간되었다.
“우리 현대문학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긴 황순원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한국어와 한국정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심화 확산시키기 위해 제정되었다” 는 취지는 아무래도 좋다.

수 많은 문예지 등에 소개 되어 미처 발표 되었었는지 조차 몰랐던 유명 작가 혹은 재능 있는 신인 작가들의 작품성 있는 중 단편들을 한데 묶어 소개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과 함께 이 보다 더 좋은 종합선물세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수상작은 김훈의 중편소설인 <언니의 폐경>이 선정되었다. 50대, 폐경기에 접어들면서 혼자 살게 된 두 자매의 이야기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두 여인의 내면세계를 여성적 감각으로 섬세하고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어 ‘역시 김훈답다’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005년 제6회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한 구효서의 <소금 가마니>, 구효서 작품과 함께 2005 현장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되기도 했던 하성란의 <웨하스로 만든 집>, 윤대녕의 <탱자>를 비롯해서 은희경, 박민규, 성석제, 김연수, 임철우 등 김훈과 경쟁했던 최종후보작으로 소개되는 작품들 또한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충분히 매력적이다. (랜덤하우스중앙 / 8900원)

[예술] 인생이 그림 같다 – 손철주

a <인생이 그림 같다>

<인생이 그림 같다> ⓒ 생각의나무

전작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를 통해 거창한 미술사나 난해한 미술 작품 감상기를 다루기 보다는 미술 작가와 작품 등 미술에 얽힌 재미있는 뒷 이야기를 풀어줌으로써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미술 이야기를 선사했던 미술 칼럼 리스트 손철주 씨가 7년 만에 내놓은 작품.

부제 <미술에 홀린, 손철주 미셀러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논리성보다는 필자의 개성과 서정에 중점을 둔 신변잡기류의 수필을 칭하는 말 미셀러니, 바로 이 책에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읽어 주는 예술의 범주는 그지없이 넓다. 한국화는 물론이고 동양화, 서양화, 팝 아트, 사진 뿐만 아니라 고려 다완이나 토우, 옹기에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이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읽어내는 그의 신조는 단 하나, 바로 ‘그림, 보는 만큼 읽힌다’ 는 것.

저자는 말한다. “감상자는 맹목적인 동일시에의 집착이 있습니다. 너와 내가 그림을 본 느낌이 일치했으면 하는 희망, 그리하여 공감이 주는 안도감을 누리고 싶은 욕구, 이런 게 다 동일시에 대한 집착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예술 작품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해설 방식에 쉽사리 동조하지 말고, 자신만의 느낌과 감각으로 해석하기를 충고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해석이라면 그것이 오독과 편견에 물들어 있어도 괜찮다는 것, 되려 오독과 편견 없이는 감상 자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 이 작품 또한 저자의 오독과 편견의 산실이다. (생각의나무 / 1만2천원)

[에세이]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 고든 리빙스턴

a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 리더스북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라는 말이 있다. 물론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너무 늦어버린 현실 앞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말 그대로 염장을 지르는 말 밖에 될 수 없겠지만 나름대로 충분히 생각할 만한 가치와 추스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간직되고 있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흔히 부딪히는 고통과 실패, 그리고 좌절을 극복함으로써 나아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위에서 언급했던 말처럼 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인생의 지혜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책으로 33년간의 심리 치료사이자, 정신 분석의로서 일하면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던 저자가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몸소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30가지 이야기로 정리해서 전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비상한 용기 없이는 불행의 늪을 건널 수 없기 때문에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지금 당장 용기를 내야 하며, 열 번의 변명을 하느니 한 번의 모험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지금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미래를 말해주며, 나에게 일어난 일의 대부분은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힘주어 전해주고 있다.

뻔한 얘기라며 식상하다고 말하는 이에게 고하노니, “너나 잘하세요!” (리더스북 /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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