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룔리에서 본 파로호최삼경
흐르는 물이 아닌 갇혀있는 물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도 소양호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계를 잇는 어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빛 맑은 날 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 살던 동네, 자기 집 지붕이 어렴풋이 보인다고 한다. 그 느낌은 어떤 것일까.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해 물을 뺀 퇴수지에는 옛날엔 진상미가 나던 기름진 평야도 있었고, 또 인구 1000~2000명 정도의 성읍국가가 자리할 정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댐이 조성되기 전에 살았던 노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인돌 같은 고대 유물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았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작가 오정희는 교환교수인 남편을 따라 미국에 2년쯤 머물던 것이 이 작품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교민사회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둘러싸고 갈등이 격화되었고, 그런 무력감은 귀국한 후에도 잘 낫지 않는 상처처럼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로호 공사로 인해 선사시대 유적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왠지 모를 끌림으로 길을 나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