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권하고 싶은 책 한 권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를 읽고

등록 2005.09.26 13:06수정 2005.09.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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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위즈덤하우스
계절 탓인지 따스한 온돌방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 그리웠다. 쇼핑 카트에 책을 담고 나올 때 느끼는 작은 행복이 커보이는 것도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추석을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작은 그리움들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나 보다. 생필품을 사는 것보다 책을 고르는 일이 먼저인데도 항상 순서가 뒤바뀌곤 한다.

서점에 죽치고 앉아서 책을 보는 사람은 아이들뿐이었다. 어른들은 책을 들었다 놓았다만 할 뿐 선뜻 책을 들고 나가는 사람이 드문 할인 매장의 풍경. 쇼핑 카트에 물건이 가득 실려 있어도 책이 얹혀 있는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이라면 아이를 데리고 책 코너로 먼저 가서 잠시만이라도 책 구경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신간 서적도 구경하고 사지는 않더라도 한 편의 시라도 읽고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 책을 읽는 습관도 마찬가지이다.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말로 되는 게 아니며 오직 보여지는 행동만이 설득력을 지닌다.

20년 전에 많이 읽혀졌던 <모모>가 아직도 판매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바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준 모모의 속삭임이 심금을 울리는 책이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이제 복잡하고 난해하거나 어두운 이야기보다, 밝고 단순하며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눈길을 주게 되었음을 서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고른 책은 이웃집 아저씨나 아줌마들의 이야기같은 책,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였다. 제목부터 평범해서 여름에는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먼 훗날, 후회하지 않을 삶을 위하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행복을 위하여 지금 당장 지켜야 할 소중한 약속이라는 표지 글이 내 마음을 잡아 끌었다.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는 진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작가의 속삭이는 듯한 편지 글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었다. 나는 49가지 중에서 몇 가지나 하고 살았는지 손으로 세어가며 읽고 싶었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외치며 살라는 말이 아프게 들어왔다. 늘 나중에 더 잘해 주리라 미루며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이 책은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49개의 작은 일화들이 하나하나 작은 보석처럼 자기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행복은 우리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며 행복을 찾아내는데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행복을 찾아내는 감동 바이러스를 전해 주었다. 아주 작아서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무시 당하고 지나친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찾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부모님 발 닦아드리기, 고향 찾아가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동물 친구 사귀기 등을 비롯해서 다소 노력을 해야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생의 스승 찾기와 같이 다소 마음을 써야 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49가지 이야기. 일기와 자서전 쓰기처럼 실천에 용기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용기만 내면 누구라도 손쉽게 자신을 행복한 감동 속에서 살게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마음을 덥히고 싶어서 우리 집 서가에 나의 손님으로 초대된 이 책은 자주 듣는 음악처럼 수시로 곁에 두고 마음이 가라 앉을 때마다 친구처럼 불러내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같은 웃음을 지닌 맑고 깨끗한 책이어서 이 가을에 권하고 싶은 책이다.

덧붙이는 글 | 행복은 먼 데 있지 않고 꼭 큰 것만은 아니며 발견하는 눈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이들처럼 환한 웃음을 간직한 어른이 될 수 있답니다. <한국교육신문> <웹진에세이>에 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행복은 먼 데 있지 않고 꼭 큰 것만은 아니며 발견하는 눈에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아이들처럼 환한 웃음을 간직한 어른이 될 수 있답니다. <한국교육신문> <웹진에세이>에 실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양장) - 우리의 일기장을 채울 따뜻한 일상의 조각들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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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매에는 사랑이 없다>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라> <쉽게 살까 오래 살까>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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