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의원 인신공격 '너무 하네~'

말더듬는 해수부장관에 폭언... 네티즌 분노

등록 2005.09.27 11:57수정 2005.09.2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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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23일 해수부에 대한 국감에서 이 의원이 오 장관에 대해 인신모독성 발언을 해 비난이 일고 있다.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왼쪽)과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23일 해수부에 대한 국감에서 이 의원이 오 장관에 대해 인신모독성 발언을 해 비난이 일고 있다.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술자리 폭언에 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국감 폭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벌인 국정감사장. 선천적으로 말을 더듬는 '장애'를 지닌 오거돈 장관을 상대로 한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경북 상주)의 인식공격성 발언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이상배 의원은 국감장에서 흔히 보여지는 윽박지르기, 고성, 말자르기 등을 넘어서 상대의 신체 약점을 들추며 비아냥과 반말을 쏟아내 보는 이들의 눈쌀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 이 의원은 오 장관이 말을 더듬는 시간은 질의 시간에서 빼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이상배, 말 더듬는 장관에게 "답변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 빼주세요"

당시 상황을 보도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오 장관이 해수부 청사가 충정로에서 계동으로 이전한 경위를 설명하며 "그… 그… 당시에…"라고 말을 더듬자, 이 의원은 김광원 위원장을 향해 "장관이 답변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은 (질의시간에서) 빼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매번 자신의 질문에 느릿느릿 답변하는 오 장관을 상대로 "우물거린다"며 윽박지르고, "당신" "왜 그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반발과 폭언을 쏟아냈다. 그럴 때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포털사이트에는 이 의원에 대한 비난글이 쇄도했고, 오 장관에게는 격려의 글이 이어졌다.


이 의원 홈페이지(www.sblee.or.kr)는 비난글 폭주로 사이트가 일시 폐쇄된 상태. 네티즌들은 "저질" "쓰레기" 등의 막말 비난으로 이 의원의 막말에 응수했다. 지역 지지자들조차 "부끄럽다" "너무했다"라며 이 의원을 질타했다.

"이상배 의원님, 당신이 비하하는 오 장관님은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마치셨더군요. 근데 의원님은 '고령으로 군면제' 내 참 어이가 없수다. 누가 누구한테 몸이 불편하다고 말해야 하나요?"(j_funnylife)


"배울만큼 배우고 가질만큼 가진 것들, 나라 운영 잘하라고 국회의원 뽑아주면 멀하나. 장애인은 국민 아니냐. 고졸은 국민 아니냐. 니들 잘났으니까 못난 사람도 돕고 좋은 일하라고 뽑아준 건데. 지들 뱃속만 불릴줄 알지."(biz923)


열린우리당은 이와 관련 논평을 내고 "개인적인 장애를 비아냥대는 이상배 의원은 자신의 막말과 인신공격이 장애인 전체에 대한 폄하와 모독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반성과 함께 진실하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오거돈 "나는 장애인입니다"... 네티즌 "장애인은 국민 아니냐"

오 장관이 올해 초 작성한 한 통의 편지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과 격려는 더욱 커졌다. 오 장관은 지난 4월 19일 해수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을 더듬는다"며 자신이 장애인임을 고백했던 것이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작성한 이 편지에서 오 장관은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라며 "사람 대하는 게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라고 심경을 드러냈다.

"군대 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업무보고는 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더듬게 되더군요. 어려움은 있었지만 저는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반려자로 맞았고, 지금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말더듬는 여대생이 해양수산부 대통령 업무보고 방송을 보고 말더듬이도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글을 보고 참 기뻤습니다."


그러면서 오 장관은 신체적 장애보다 정신적 장애를 지적하며 '소통의 장애'와 '자신감의 장애'를 문제로 꼽았다. 오 장관은 이 편지에서 "소통 없는 조직은 조직원들 간에 단절로 인해 '합리'는 사라지고 '독단'과 '차별'이 지배하게 된다"며 새로운 소통 구조를 확보해 조직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자고 수장으로서의 결의를 드러냈다.

또한 오 장관은 "요즘은 뚱뚱한 것도, 키가 작은 것도, 눈이 작은 것도, 얼굴 못생긴 것도 장애로 여기는 사고가 만연한 것 같다"며 해수부 직원들을 상대로 자신감의 회복을 당부했다.

오 장관은 어릴 적 책을 읽지 못할 정도로 말더듬이 심했지만 성악을 배우면 고칠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로 성악을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연주회도 갖고 CD를 취입할 정도의 전문가 실력을 갖췄다.

한편, 이상배 의원은 이른바 '등신외교' 설화(舌禍)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2003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일 외교는 한국 외교사의 치욕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고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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