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 김인순씨의 새 보금자리.김범태
서울 휘경동에 위치한 서울위생병원 본관과 삼육간호보건대학 사이의 좁다란 오솔길.
작은 숲 속을 연상케 하는 아름드리 푸른 잎의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예쁘고 아담한 하얀 집이 시야에 들어온다.
10여 평 남짓한 원룸형 방안에는 싱크대와 식탁, 냉장고, 텔레비전, 에어컨, 침대 등 세간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한쪽에는 안락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피곤한 심신을 편히 쉴 수 있을 듯하다. 그리 크진 않지만 언뜻 한눈에 봐도 아름다운 집이다.
이곳은 김인순씨의 새 보금자리다. 서울위생병원 영양과에서 24년 동안 근무하다 얼마 전 정년퇴임한 그녀는 전쟁고아이자 정상적인 생활은커녕 본인의 나이조차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정신지체2급 장애인이다.
김씨는 1970년대 후반까지 이 병원에서 운영하던 성육원에서 생활했다. 성육원은 80년대 초반까지 전쟁고아 등 1000여명의 어린이들을 돌보았던 아동보호시설이었다.
한때 외국인 양부모를 만나 입양되기도 했지만,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터라 생활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런 그녀가 사회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육원과 병원 측에서는 그간 여러 차례 교육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그녀는 이 병원의 영양과에서 조리 보조와 잡무 등의 일을 하며 생활해 왔다.
하지만 가족도 없고, 변변한 친척도 없는 그녀로서는 은퇴 이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병원에서는 그런 김씨를 위해 2000여 만원의 자금을 들여 원내 자투리 땅에 그녀만의 새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