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매콤한 맛) / 표지푸른그대
나는 청소년기에 언제나 풀리지 않는 고민들로 괴로워 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로 밤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친구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최선인가, 고민했다. 또, 왜 사람들은 진지한 것은 바보스럽다 여기고, 바른 것을 말하기 두려워하며, 우스갯소리만 하려는지 답답했다. 그 중 나를 가장 우울하게 했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어느 누구에게도 첫 번째라는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런 고민들을 철없던 시절 쓸데없는 생각으로 여겼다. 오늘 김용규가 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책을 읽고 보니, 나의 고민들은 철학규명에 대해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찌감치 김용규의 <철학통조림>을 만났다면 나의 청소년기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철학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만약 내가 청소년기에 이 책을 보았다면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들을 나보다 앞서 고민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을 때, 나는 길 잃은 목동이 북극성을 찾은 기분과 같았을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어떤 결론을 얻었으며 그것들이 또 어떤 문제를 야기시키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철학자들의 결론과 새로운 문제 제기들이 내 고민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줄 수 없더라도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에서 비롯하여 현대 철학자들에게 이르기 까지 오랫동안 탐구해온 과제라는 것을 안 순간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 모파상의 비계덩어리, 사르트르의 구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따위의 다양한 서양 고전과 함께 풀어 놓은 <철학 통조림>은 그 핵심정리가 잘 되어 있다. 철학을 고전문학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철학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으며 고전문학에 흥미롭게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