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브리핑' 조승수 "주류 비주류 차이 느꼈다"

"또다른 조승수, 새로운 전사가 보충될 것"

등록 2005.09.29 19:39수정 2005.09.2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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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을 상실한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의원이 29일 저녁 국회 기자실을 찾아 `진보정당의 길은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꿋꿋이 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직을 상실한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의원이 29일 저녁 국회 기자실을 찾아 `진보정당의 길은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우리는 꿋꿋이 이 길을 갈 것`이라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민주노동당 조승수입니다."

29일 오후 6시15분 국회 기자실을 찾은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와 같은 인사말로 '마지막 브리핑'을 시작했다.

평소 힘찼던 목소리와 달리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 그는 "뭐 자랑스럽게 브리핑할 내용이 아니지만…, 워낙 많은 분들로부터 연락이 와서 따로따로 말하기보다 브리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현실적인 결과이기 때문에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참으로 납득도 이해도 하기 힘든 결과였고,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특히 그는 "오늘 묘하게도 열린우리당 의원 2명, 한나라당 의원 1명과 대법원 상고심이 같이 있었다"며 "사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메인스트림,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되는가라는 생각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그는 "현행 선거법은 돈 안드는 선거, 흑색선거를 방지하겠다고 만들었고 사법부도 이런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내리겠다고 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과연 대법원이 금전선거와 흑색선거를 엄단하면서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 세웠는지 나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적지 않은, 씻을 수 없는 죄 지은 느낌"


조 의원은 "이번 대법원 결과로 인해 무엇보다 상심에 빠져 계실 지역주민과 당원들에게 또다시 선거를 해야하는 번거로움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적지 않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듯한 느낌"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그는 "민주노동당 10명의 의원에게 붙여준 '10인의 전사'라는 호칭이 있는데 나의 의원직 상실로 국회를 떠나고 9명의 민노당 의원은 힘겹게 의정활동 해야 한다"며 "그러나 10월 26일 재선거 통해 또 '다른 조승수, 한 명의 전사'가 보충되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당장은 10월 재선거때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역할 다해서 내가 빠진 이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진보정당은 더 어려운 과정이 많았고 앞으로도 꿋꿋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 전 의원은 "국회라는 제도 속에서 진보적인 의제를 공론화하는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지만 양대 교섭단체의 특권적 구조 때문에 이루지 못한 것도 많았다"며 "개인적으로 한국의 핵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마피아'를 파헤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소회를 나타냈다.

덧붙여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의원직은 상실했지만 내가 민주노동당원이라는 것은 누구도 상실시킬 수 없는 명예로운 것"이라며 "사회와 지역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브리핑'을 마치자, 기자들은 박수와 함께 "수고하셨다, 고생하셨다"고 배웅했다. 조 의원은 이에 화답해 "내가 워낙 악수를 안 하기로 유명한데…"라며 일일이 기자들과 악수를 한 뒤 브리핑룸을 떠났다. 이 순간 조 의원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박재완, 이광철, 임종인 의원 기억에 남는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의원은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메인스트림,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되는가라는 생각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조승수 민주노동당 전의원은 "이른바 우리 사회에서 메인스트림,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가 이번에도 적용되는가라는 생각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조 의원은 기자실 밖까지 따라 나선 기자들이 "다른 당 의원들 중에 기억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자, 내용과 자세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며,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을 꼽았다. 열린우리당 이광철˙임종인 의원도 교류가 많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천성산 사태로 지율스님이 단식할 때 국민들의 서명을 받아 공사를 막아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 대해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아쉬움과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열린우리당은 "성실하고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쳐왔던 조승수 의원의 의원직 상실 결정에 깊은 아쉬움과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는 뜻을 밝혔고, 한나라당은 "선거법과 관련해 벌금 800만원의 거대여당 의원은 살고, 150만원의 소수야당 의원은 의원직을 잃은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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