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맥아더 동상은 역사의 일부, 철거 능사 아니다

등록 2005.09.30 00:08수정 2005.09.3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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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난 오천 년의 역사를 지켜오면서 수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강대국의 잦은 침략과 한민족간의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에 뿌리내리고 살아가던 많은 생명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역사의 아픔을 딛고 대한민국은 더 힘차게 일어섰다. 현재와 미래의 발전엔 항상 역사라는 우리들의 과거가 나침반이 돼줬다. 역사의 흔적들과 산증인들은 우리에게 끈임 없는 조언을 해주고 있다. 역사가 중요한 것은 이에 있다.

최근 6·25 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맥아더 장군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는 일파만파로 퍼져 경찰과 시위대 간의 몸싸움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북한의 사주를 받은 자가 철거를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이념적인 상징물로 분류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맥아더라는 인물의 업적만이 아니라 6·25 전쟁 당시의 한반도 정세와 정치 세력을 떠나서 한반도의 전쟁을 위해 타국에서 피 흘려가며 쓰러졌던 연합군들의 영을 기리기 위한 의미까지 포함돼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철거해 버리면 그만일 고철덩어리가 아니라 역사의 한 부분이며 증거물인 것이다.

역사상의 폭군이었던 연산군이나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독재를 위한 끝없는 질주를 했던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자료나 상징물 등을 없애지 않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뼈 아프고 마음 아픈, 더럽고 치욕스러웠던 역사도 한반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의 철거는 그가 했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훗날 6·25 전쟁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다. 나아가 현재와 미래를 살기 위한 나침반의 역할을 해줄 역사의 일부인 것이다.

동상이라 함은 흔히 그 인물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지만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장군의 동상은 그 이상의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맥아더 장군의 지난 업적을 비판하고자 한다면 역사의 한 부분을 철거하는 방법보단 좀 더 학문적인 역사 공부와 객관적인 시각에서 역사의 정세를 둘러보고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생산적이지 못한 일에 힘을 소비하기 보단 좀 더 근본적인 사실을 토대로 역사를 바로 잡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맥아더 장군 동상은 우리 손으로 기록한 역사의 한 부분이며, 철거하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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