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에 몰입한 이창규 선생의 모습.심은식
시작을 알리는 장구소리가 울리고 짧은 침묵이 지나간다. 이어지는 음악에서 만 87살. 동은 이창규 선생의 손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섬세하고 꽉 찬 음들을 펼쳐 보인다. 각각의 다른 악기들도 세월을 뛰어넘어 어우러진다. 하얀 명주실, 말총, 대나무, 가죽, 오동나무 등등 온전히 자연에서 얻어진 재료들이 사람의 숨결과 손짓에 따라 울리는 소리는 문외한인 나조차도 등을 곧게 펴게 하는, 정결한 서늘함과 떨림으로 다가왔다. 그것들은 불 없이도 환히 빛나고 있었다. 지난달 처음 이창규 선생의 연주를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배우고 이겨나가는데 분주했던 이왕직 아악부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