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에서 바라본 전주한옥마을 그 속엔 우리의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서정일
처음 전주를 방문했지만 전주라는 도시는 초점이 잘 맞는 안경을 낄 때의 느낌처럼 또렷하고 갓 담근 김치의 비릿함이 없는 묵은 김치의 맛을 느끼게 한다. 전주에 대한 첫 느낌이다. 나는 전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오목대에 올라본다. 전주를 배추포기에 비유한다면 오목대는 배추속대와 같다. 주위를 둘러싼 700~800여 가구의 한옥 기와가 양떼구름마냥 펼쳐져 있다. 나지막한 언덕이지만 결코 낮지 않은 위엄이 있는 봉우리 오목대.
오목대는 고려 우왕 6년(1380)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들러 종친들과 전승 축하잔치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그때의 느낌이 전해져 오는 글귀와 비석이 남아있어 눈을 감으면 어느새 나 또한 그 자리에 주빈으로 초대되어 앉아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된다.
그럼 걸어보자. 본격적으로 전주의 냄새를 맡아보고 만져보면서 한옥마을 속으로 들어가보자. 전주 한옥마을을 커다란 담장을 쌓고 주위와 격리된 그런 모습으로 상상한다면 곤란하다.
걷다보면 마주치는 모든 것들은 내 할아버지의 냄새며 내 할머니의 코고는 소리다. 가느다랗게 흐르는 전주천을 돌아 향교에 들르면 400여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반긴다. 바람에 여리게 흔들리는 은행잎, 하지만 밑둥은 황소만하다. 그 뒤로 돌아가면 명륜당이 보인다. 아직도 글 읽는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