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놈 참 참하게 갓이 벌어지더러고요. 갓이 피면 향은 더 짙어진다고 합니다.정헌종
제일 난처해하는 것은 최찬문 기자였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사실 최 기자 부모님이 직접하시는 송이 밭이기 때문이다. 최 기자의 어른신들이 하시는 송이 밭은 울진군 신림리에 위치하고 있고 차를 타고도 한참 들어간 후 30분을 더 걸어야 하는 곳이다.
“찬문아 비 좀 맞으면 어때. 이런 날은 산행하기도 더 좋다니깐.” 내가 말꼬리를 올린다. 이런 날 속으로 뭐라고 했을까? 안 봐도 비디오다. 둘 다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예여 속 없는 놈아’ ‘그래, 나 속 없다’ 김밥을 입에 두 개나 집어넣은 최 기자가 짧은 침묵을 깨고 밥알 하나를 튀기며 말을 꺼냈다.
"비가 와도 GO다.”
그러나 날씨가 도와줄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얼마나 왔을까? 바퀴가 자꾸만 미끄러지는 것 같다. 추연만 기자는 그만 내려 걸어서 가잔다. 안 될 말이다. "고만 가자, 고만 가자"는 말이 귀에 딱지가 앉을 무렵 우리 둘은 추 기자의 걱정스러운 고충을 들어주기로 했다. 사실 다 왔다. 여기서부터 산길로 30분만 걸으면 기대하던 송이 밭이다.
걸어 올라오는 산판 도로에서 최 기자 아버님과 마주쳤다. 어색하게 어르신에게 인사를 하니 차 뒤에 실은 송이를 보여주신다. 잘은 모르지만 양이 꽤 되어 보였다.
산판 도로를 뒤로 하고 두 사람이 지나갈 좁은 산길로 접어들었다. 우리 일행이 송이 도둑처럼 보였는지 정상 부근에서 내려오는 듯한 한 아줌마가 멀찌감치서 “누구요”하고 묻는다. “아들도 몰라 보네” 최찬문 기자가 대답한다. 최 기자의 어머니셨다.
두 어르신이 송이 밭을 지키는 산중 움막에서 잠시 땀을 식혔다. 이 곳에서 어르신들은 한달 반이 넘도록 송이를 따고 송이를 지키신다고 한다. 전화도 되지 않고 겨우 라디오 전파만 들리는 곳.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이 식자 물을 챙기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송이 따기에 들어갔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송이는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빗방울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올 송이는 참 애통타게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