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개천절기념식에 참석하면 종교활동?

[주장] '그리스도' 기원은 되고 '단군' 기원은 안 되는 이상한 대한민국

등록 2005.10.03 02:26수정 2005.10.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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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몇 년이죠?"
"2005년이잖아요."

너무 싱거운 대화입니다. 그러면 이건 어떻습니까?

"그럼, 올해는 '단기' 몇 년이죠?"
"…."

이것은 잠시 생각을 한 후에야 '4338년'이라는 답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그게, 모르겠네요"하며 머리를 긁적일지도 모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우리 역사의 연호인 단기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기원인 '서기'는 되고 단군 기원인 '단기'는 안 된다?

A.D. : Anno Domini(=in the year of our Lord), 그리스도 기원(서기), …년.
B.C. : Before Christ, 기원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서기(西紀)'는 '그리스도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과 후를 나눈 서양의 연도기록입니다.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B.C.'와 'A.D.'는 분명히 우리의 것은 아닙니다.


단기(檀紀) : 기원전 2333년(戊辰年), 단군조선을 건국하였음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된 국조(國祖) 단군의 연호.

올해는 단기 4338년입니다. 우리 식대로 서기를 계산하려면 여기서 2333을 빼야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입니다. 서기에 2333을 더해 단기를 계산합니다. 여기에는 생각보다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4338년과 2005년의 차이에는 단순히 숫자 2333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군 역사에 대한 인식부족이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3·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돼 있습니다. 3·1운동의 이념을 담은 '기미독립선언문'은 당시의 연도인 1919년을 "조선건국 4252년 3월 1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건국의 뿌리를 기원전 2333년 단군에서 찾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단기연호를 국가가 정식으로 채택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인 1948년 9월 25일부터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법률 제4호인 '연호에 관한 법률'에서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단군기원으로 한다"고 법제화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1961년 12월 2일에 단기연호 폐지법령이 선포되어 1962년부터는 단기연호 사용이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단기연호 폐지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단기연호는 신화적 연혁에 근거한 것으로 독립선언서에서 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로 전통을 따랐던 것뿐이다. 둘째, 단기연호를 사용함으로써 제반 분야에 걸쳐 많은 불편과 혼란이 야기됨에 따라 이를 근본적으로 시정할 필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단기연호 폐지, '신화적 연호와 많은 분야의 불편과 혼란' 때문?

단기연호 폐지 이유가 '신화적 연호와 많은 분야의 불편과 혼란'이라고 합니다. 신화적 연호는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논의해야 하겠지만, 단군의 존재는 확실합니다. 또 하나, 불편과 혼란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습니까? 설령 우리가 단기를 쓰더라도 서기를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국내 행사와 문서 등은 단기를 중심으로 표기하고 외교문서 등 경우에 따라서 서기를 병행하면 될 입니다. 그게 그리도 어려운 문제입니까?

이는 '개천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 대통령은 개천절 기념식에 공식으로 참가하지 않습니다. 다분히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석가탄신일과 성탄절 등에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이 단군을 기리는 개천절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단군을 모시고 개천절을 기리는 대종교라는 종교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종교는 분리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지만 기독교를 안 믿을 수도 있고, 석가모니를 믿지만 불교를 안 믿을 수도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역사는 믿지만 그를 모신 현충사에 대고 우상숭배라고 탓하지 않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이버의병 등 네티즌들은 단군할아버지를 귀여운 캐릭터인형으로 만들어 길거리로 모셨다. 이들의 행동이 과연 단군에 대한 우상숭배이고 종교활동인가?
사이버의병 등 네티즌들은 단군할아버지를 귀여운 캐릭터인형으로 만들어 길거리로 모셨다. 이들의 행동이 과연 단군에 대한 우상숭배이고 종교활동인가?사이버의병
단군조선이 실존했다면 그를 다스리는 통치자는 존재합니다. 그 통치자의 칭호가 단군인데 지금으로 따지면 대통령격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단군을 신화 속 인물이라며 존재하지 않았다고 인식한다면 단군조선의 2000여 년 역사는 부정돼야 합니다.

저는 이번 개천절을 바라보며 대통령이 개천절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과 단기연호가 어떻게 폐지되었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만년 유구한 역사는 무엇이고 우리의 조상이라던 단군할아버지는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역사에는 한 점의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지키고 알려야 할 역사를 망각하고 훼손하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입니다. 이번 개천절에는 단군의 역사와 그 때부터 시작된 단기연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끝으로 종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여쭙니다.

"대통령이 개천절 기념식에 참석해 민족의 하늘을 연 것을 경축하고 단군의 역사를 존중하면 종교활동이 됩니까? 단군의 연호인 단기를 사용하면 우상숭배가 되는 겁니까?"

덧붙이는 글 | 단기 4338년 10월 3일 개천절,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여러분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단기 4338년 10월 3일 개천절,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여러분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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