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하나 두 초등학교? 웬 황당한 시츄에이션?

경기도 안성, 양진초 옆에 진사초 개교 예정...주민들 위화감 등 우려

등록 2005.10.06 11:59수정 2005.10.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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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담을 하나 놓고 두 개의 초등학교가 운영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의 학교는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에 위치한 양진초등학교와 진사초등학교. 두 학교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동네 아이들을 나눠 가르쳐야 할 처지에 이르렀다.

양진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새로 짓는 진사초등학교의 건물들이다. 왜 초등학교 두 곳을 붙여 만들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인다.
양진초등학교의 교문을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새로 짓는 진사초등학교의 건물들이다. 왜 초등학교 두 곳을 붙여 만들어야 하는지 의구심이 인다.김낙빈
안성교육청은 내년 3월 개교 예정으로 공도읍 진사리에 진사초등학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도읍 진사리는 새로 전입하는 가구수가 많아 교육 시설의 증설이 필요한 지역이다. 진사초등학교의 현재 공사 진척률은 82%로 내년 개교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진사초등학교가 위치한 곳이 기존 운영되는 양진초등학교의 바로 옆이라는 것이다. 현재 양진초등학교에는 34학급에 1300여명의 학생이 있으나, 진사리 일대에는 기존의 주은청설아파트에 이어 삼성, 쌍용 등 5천여 세대가 입주해 있어 교육 시설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안성교육청은 학생수 증가에 대한 해결책을 양진초등학교의 학급수 증가가 아닌 신설학교 개교 쪽으로 결정하고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하필이면 신설학교의 위치를 다른 곳도 아닌 양진초등학교 바로 옆으로 결정한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 간의 위화감 조성 우려

이러한 교육청의 결정에 교육계 인사는 물론 주변 주민들까지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황수 안성시 지회장은 "진사초등학교 개교를 무리하게 강행하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자칫하면 지난번 용인에서 개교한 학교처럼 학급당 학생수 5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전황수 지회장은 "학생수요 조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의심스럽고, 왜 기존의 학교와 붙어 있게 만들었는지도 의아하다. 개교가 이루어지면 양 측의 학교가 자연스레 비교가 될 텐데 시설에서 비교가 안되는 양진초등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교육청의 행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역 주민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주은청설아파트에 사는 장아무개씨는 "처음에는 중학교가 들어서는 줄 알았다. 나중에 초등학교라는 말을 듣고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초등학교 옆에 또 새로운 초등학교를 지을 생각을 하는지, 한 쪽 학교로 학생들이 몰리면 그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진초등학교와 진사초등학교의 위치로 봤을 때 여러가지 문제들이 우려되고 있다.


우선 학생수 조정을 어떻게 할지가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기존 양진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학급당 42명으로 과밀 학급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신규 학교 개교가 아닌 학급 증설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두 개 학교가 있을 경우엔 한 학급에 20명이 겨우 넘는 숫자로, 만약 한 학교를 학부모들이 기피할 경우 20명 미만으로까지 떨어져 학교 자체가 존폐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두번째로 학생과 학부모들 간의 위화감 조성이다. 두 개의 학교가 붙어 있다 보니 학구 조정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또 길을 사이에 두고 한 쪽은 소형ㆍ임대아파트 위주고, 한쪽은 민영 분양아파트로 이루어져 있어 자칫하면 재산의 보유 상황으로 학교가 나뉠 수도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안성교육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성교육청 관리과 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에 계획을 세워 진행해온 사안이라 지금 상황에서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지만 지금으로선 학생수 조정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조절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 교육청의 결정 사항에 대해 지역교육청이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 현 상태로는 도교육청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다"고 덧붙였다.

두 학교를 병합하거나,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운영하는 방안은?

하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건설중인 진사초등학교를 중학교로 바꾸고, 양진초등학교의 학급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있다. 두 개의 초등학교를 붙여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시키기보다 중학교로 바꿔, 평택중학군으로 되어 있는 진사리를 안성시로 가져오고, 초등학교 신설은 3~4년 후를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또 진사초등학교의 시설을 양진초등학교로 합하여 두 개의 초등학교가 아닌 하나의 초등학교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김영성 교사(가명)는 "지금 상태로 한 지역 내에 두 개의 초등학교가 운영된다면 그에 따른 학생들의 피해는 막중하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현 계획대로 진행이 된다면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 문제부터 학생들의 시설 차이 위화감 등 여러가지 불안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은 두개의 학교를 병합하거나 중학교와 초등학교로 운영하는 것일 것이다"고 조언했다.

물론 이 주장 역시 중학교 변경 과정에 따른 부담과 평택교육청과의 중학군 조정, 학교 통폐합 문제 등을 안고 있어 쉽게 선택하기에는 어려운 방안이다.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담 하나를 사이에 둔 두 개 초등학교의 운영 여부는, 10월 주민의견 청취 등을 거쳐 오는 12월 중순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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