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훈민정음을 전각(낙관) 옆 4면에 조각했고, 오른쪽엔 딱딱한 타일에 새겼다.김규환
해와 별은 불로 이글거린다. 달은 차갑지만 물이 없다. 땅엔 흙과 돌로 가득했다. 벌과 뻘은 낮되 넓다. 사람이 다니다보니 길이 만들어졌다. 겨울 비 촉촉이 내리다 그치니 햇볕 따스하다. 빛이 돈 것이다. 낮과 밤이 나뉘었다.
철 따라 봄이 지나고 눈 오는 설이 다가왔다. 날이 365일이라 헌 해가 가고 새 해가 온다. 깊은 뫼, 골짜기 샘이 콸콸 솟으니 물이 넘쳐난다. 불이 있어 지탱하고 불로 음식을 익혀먹기 시작하고 굴에 저장하니 변치 않았더라. 뭍은 그렇게 풍요했다.
쥐가 으뜸이다. 소는 가보 1호다. 하룻강아지 범 앞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무섭지만 인자하다. 뱀은 개구리 물어 삼키고는 잠자러 갈 채비를 한다. 닭과 꿩은 날 짐승이라 암수 서로 정답다. 알을 한바가지나 낳는다. 새 한 마리 퍼뜩 날자 어린아이 활로 조준하지만 맞을 턱이 없다.
삵은 괭이다. 살쾡이는 고양이과인 게다. 개는 사람과 아직도 친한 동물이다. 도 개 걸 윷 다 좋지만 모가 최고니 걸음이 빨라 말을 따를 자 없다. 육지엔 벌이 윙윙 한두 마리 날고 바다엔 굴이 즐비하니 꿀과 굴은 젖줄이었다. 곰도 예전엔 우리와 함께 살았다. 좀이 쑤신 건 한번 입었던 옷 벗지 않음이요, 이도 드글드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