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특히 맛이 좋은 산채비빔밥이종찬
제사 음식 혹은 피란음식으로 뿌리 내린 비빔밥
예로부터 가난한 민초들이 자주 먹었다는 비빔밥. 입맛이 없거나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커다란 대접에 찬밥 한 공기 통째 엎고, 남아있는 반찬을 밥 위에 올려 참기름 서너 방울, 고추장 한 숟갈과 함께 쓰윽 쓱 비비기만 하면 금세 맛깔스럽게 탈바꿈하는 비빔밥. 비빔밥의 뿌리는 제사를 지낸 뒤 여러 가지 나물을 제삿밥과 함께 비벼먹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800년대 말, 조선 후기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조리법을 조목조목 엿볼 수 있는 책 <시의전서, 是議全書>(상.하 2편을 1권으로 묶은 책으로 지은이는 알 수 없다)에 따르면 비빔밥을 '부빔밥' (골동반)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즉, 부빔밥은 이미 지어놓은 찬밥에 여러 가지 나물로 만든 반찬을 넣고, 고추장에 골고루 부빈 밥"이라는 것이다.
한편, 비빔밥을 '피란음식'이라 주장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는 우리 민족에게 끝없이 이어진 외침과 피란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왜구와 몽골, 거란, 여진으로부터 수많은 침략을 받았다. 그 당시 외적들은 어린이나 노약자 등을 보이는 대로 살육했다.
그런 까닭에 우리 민족은 외적이 침입할 때마다 멀리 피란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우리 민족이 피란을 가면서 끼니를 때우기 위해 급히 가지고 나온 반찬과 찬밥을 바가지에 한꺼번에 쏟아 부어 쓱쓱 비벼서 가족들끼리 나눠먹었다는 것이다. 하긴, 피란을 가는 마당에 반찬 따로 밥 따로 챙겨먹을 틈이 어디 있었겠는가.